Q. 신한갤러리 공모전에 선정된 것을 축하합니다. 선정된 이후 전시 준비하기까지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더불어 이번 전시 에 대한 설명 부탁합니다.

A. 처음에는 많이 설?지만, 날짜가 다가오자 약간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예전과 큰 차이 없이 일상적 생활로 돌아가서 잘 지냈습니다. 작업에 열정이 있어도 경제적인 여건 때문에 작품 발표를 주저하는 작가들이 많은데,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런 공모전에 당선된 것이 제게는 행운이며, 더 열심히 할 계기라 생각합니다. 은 사소하거나 소외된 장소에서 시작되어 일상에서 오는 강박감을 탈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끊임없이 생성과 소멸하는 과정을 오브제로 나타낸 것입니다.

Q. 시리즈로 2번의 개인전(갤러리아트사간, 청명갤러리)이 있었고, 신한갤러리의 전시 역시 입니다. 매 전시마다 차이점이 있는지요?

A. 제가 뒤늦게 공부를 시작했기때문에, 첫 작품치고는 늦은 나이에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모든 작가가 그러하겠지만, 부엌의 첫 작품에 상당히 애착이 갑니다. 첫 개인전을 했던 아트사간에서 나름대로 만족했으며 무엇보다 작품에 대한 반응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그리고 이번 신한갤러리 또한 특별한 전시라 생각합니다. 아트사간을 비롯하여 신한갤러리 그 외 전시 때마다 같은 작품으로 발표했습니다. 이번 신한갤러리에서는 최근에 작업한 3점이 더 추가되었습니다.

Q. 작가님께서는 2011년부터 을 선보여 왔습니다. 평소에 자주 봐오던 풍경이라 익숙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작가님의 작품에서는 굉장히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설거지 후에 정리된 그릇들이나 말려있는 고무장갑, 음식 쓰레기 같은 이미지들이요. 이토록 사소한 것들을 촬영하고자 하는 의지는 어떻게 결정되나요? 시리즈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가장 중요한 질문인 것 같네요. 저 자신을 그대로 드러낸 작품이죠. 가장 중요한 작품은 갈치 이미지와 굴 이미지입니다. 회색빛이죠? 이미지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정말 맛없어 보이잖아요. 흔히들 굴(석화)을 보면 술안주 생각이 나는데 제 이미지에서는 정말 먹고 싶은 마음이 없을 겁니다. 사실 제 부엌 시리즈에서 가장 심려를 기울려 만든 작품이 이 두 작품입니다. 말하자면 강박감에서의 탈출이죠. 제가 주부라서 매번 끼니 걱정이 딜레마였죠. 모든 주부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자신에게 어울리는 신발이 있는 것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일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매끼 가족들의 입맛대로 음식을 하면서 이번 끼니에 그치지 않고 몇 시간 후에 또 다른 메뉴를 고민해야 할 때, 또한 그것들이 하루에 해결되지 않고 일 년 365일 동안 반복되면서 그치지 않고 어쩌면 평생 숙명이 되는 것들 어쩌다 누군가 대신해 주더라도 곧 나의 일이 되어버리죠. 그러한 면에서 부엌은 우리가 매일 접하는 밥상의 과정 즉 하루의 끼니를 해결해주는 장소, 그 장소를 들추어내고자 부엌에서 볼 수 있는 것에 주목해 봤습니다.

Q. 작가님은 ‘부엌’이라는 일상의 공간을 ‘강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했습니다. 일상적인 장소는 ‘부엌’ 말고도 많이 있는데, ‘부엌’에 초점을 두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부엌에서 사용하는 주방 도구는 미적 향수, 동시에 무관심의 대상으로서 양가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즉 도구의 역할, 그리고 가족과의 화목을 유지해 주기도 하고 삶의 의식을 채워주기도, 또한 사람들이 먹는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부분이죠. 늘 가까이 있지만 나 외에는 소외된 곳이기도 하므로 부엌에서의 나름대로 해법을 제시한 것입니다.

Q. 작업에서 보이는 이미지들은 모두 작가님의 부엌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풍경들인가요? 타인의 부엌에서도 촬영하고 싶은 풍경을 만날 때가 있었는지요?

A. 제가 사는 부엌에서 일어나는 일상적 무관심의 대상들을 이미지화시킨 것입니다. 즉 한순간의 사건들을 기록한 것입니다. 예컨대 타인의 부엌, 작가의 부엌을 구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작업노트에 기록된 것처럼 강박감을 들추어내기에 타인의 부엌 또한 노동의 대상이 나란 존재가 아니더라도 강박감은 느끼겠죠.

Q. 사소한 풍경이지만 관람자들로 하여금 이미지를 다시 보게 하고, 관심을 끄는 이유는 사진의 ‘느낌’이 결정하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파스텔 톤으로, 회화적인 느낌이 많이 들거든요. 회화와 사진은 매체가 다르기 때문에 분명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내지만, 최근에 많이 등장하는 사진 같은 그림, 그림 같은 사진을 보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의 작업이 ‘회화적’으로 보이는 것도 이러한 영향이 작용한 것인가요?

A. 사진 같은 그림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아닙니다. 다만 동기라면 아주 단순함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과학이 발달하다 보니 카메라 성능도 우수해졌지요. 정말 좋은 카메라들이 보급되다 보니 일상적 부엌을 촬영했지만, 광고사진처럼 보였습니다. 그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물론 주체는 강박감에서 탈출하고 싶은 간절함을 표현하려고 일부러 입자를 거칠게 표현했습니다. 낮은 채도 역시 애절하게 비상구에 도달하는 내면적 이유입니다.

Q. 여성 작가들이 음식이나 냉장고, 부엌을 촬영한 작업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방명주 작가의 부뚜막 꽃, 스토리지 시리즈를 예로 들 수 있겠네요. 이러한 작업들과 작가님의 작업과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방명주 작가 외 많은 작가가 있겠죠. 제가 감동 받았던 작품이 있는데, 좌혜선작가의 <끼니> 작품입니다. 제 작업은 누군가의 영향이라기보다는 개인적 삶의 경험에서 갈등하는 존재감이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개인적 삶의 갈등이란 크게 거창하지는 않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지루함이죠. 단순한 지루함에서 끝나지 않고 반복되는 일상에서 오는 강박감입니다. 부연 설명을 하면, 우리가 항상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기에 지루하지만 쉽게 지나치기 일쑤죠. 제가 작품에서 보여주는 것은 반복된 일상에서 오는 강박감은 대부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할 때, 애써 들추어내지 않지만 내면은 강박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편 개인적 사소한 문제가 될 수도, 또한 개인적 심각한 억압이나, 나아가 커다란 사회적 문제로 확장할 수 있을 거라 생각 들어 작업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Q. ‘여성’ 작가라서 ‘부엌’의 공간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을 수도 있지만, 최근에는 혼자 사는 남성들도 많고, 부부가 역할을 분담하여 가사를 담당하는 남성들도 많이 있습니다. 여성의 노동으로 대표되던 공간이 오늘날에는 그 경계가 많이 무너졌다고 봅니다. 작업에서 여성성을 강조하다 보면 편향된 시각으로 보여질 수 있지 않을까요?

A. 주체가 여성, 남성 모두 일 수 있죠. 구태여 여성을 강조한 이유라면 작가의 자신 즉 개인의 주관적인 것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작가 자신이 참여했다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물론 타자일 수도 있죠! 즉 관객의 측면에서 보면 관객 자신이겠죠.

Q. 영향을 받았거나, 좋아하는 작업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A. 엠마누엘 레비나스의 저서 『시간과 타자』에서 부엌과 일상적 삶의 방식, 부엌과 가사 노동의 의미, 향유와 일상의 관계에 대해서 나오는데, 작업을 풀어나가는 데 많은 도움을 얻었습니다. 좋아하는 작가는 클레와 뒤샹입니다. 국내 사진 작가는 이명호 작가를 좋아합니다. 특히 이명호 작가의 작품 를 좋아합니다. 는 매우 훌륭합니다. 의 사진적 행위에 대해 언급하자면, 대상과의 교감, 즉 나무가 가지는 본래의 모습을 상실한 채 다른 공간으로 격리시켜 존재감을 부여했다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누구나 지나칠 수 있는 별거 아닌 대상을 자신과 교감하여 모티브 시켰다는 것, 이명호 작가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Q. 사진을 전공한 이후 현재 비교문화를 전공하고 있는데 작업에 어떠한 도움을 주고 있는지요.

A. 어떻게 보면 순서가 바뀐 거겠죠. 인문학이 먼저고 그 후에 작업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생각이 들어 선택한 부분입니다. 비교문화가 좀 생소하시겠지만 여러 학문을 접하기에 좋은 곳이라 생각이 듭니다. 우리처럼 작가들에게는 많은 학문, 경험이 필요한 부분이죠. 작업에 도움은 현재 작업 중인 다음 시리즈에서 보여 드리겠습니다. 비교문화란 말 그대로 세계의 모든 문화를 연구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술 문화라든지 아니면 정체성, 그리고 교육문화 등등 기록할 수 없을 만큼 많죠. 학문적으로는 인문학의 모든 부분을 접합니다. 철학, 국문학, 예술 등.

Q. 앞으로의 작업 방향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A. 부엌에서 보여 드린 소외된 장소, 일상에서 오는 강박감처럼, 다음 작품 또한 강박감, 우울증을 작업하고 있습니다. 프로이트와 피카소의 청색시대 영향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