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ARTS
  • 인터뷰 날짜 : 2009.01.08
  • 인터뷰어 : 최희경
  • 글 작성자 : 나비
  • 하나의 작품을 위해 하루 10시간의 공을 들이는 인동욱의 작업은 기초 공사부터 철저히 다져나가는 집 짓기와 같다. 집 하나 하
    나를 세밀하게 그려가는 작품에 대한 그의 열정은 마치 집 짓는 장인(artisan)의 모습과 같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를 ‘그림 그리
    는 사람(painter)’이지 ‘예술가(artist)’는 아니라고 한다.




    기다려 3  45 x 122cm  석채혼합  2008

    “가장 많이 보지만 너무나 가까이 있어서 보지 못하는 것이 집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집 안에 있지만 그 공간을 세세히 보지는 않잖아요. 저는 일을 하면서 집을 굉장히 많이 보았고 외부와 내부를 세세하게 보면서 일반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공간을 굉장히 많이 보았거든요. 바쁘게 살다 보면 소중하게 생각을 못 하듯이 사람들이 너무 바쁘게 살아서 공간이 주는 고마움이나 즐거움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일을 하면서도, 작업을 하면서도 간절함이 많았기 때문에 집에 대한 애착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하면서 제가 보지 못했던 공간들을 더 찾아 보았고요. 그 안에서 이야기가 또 새롭게 나오고 그렇게 하고 있어요.”

    실제 공사장에서 일을 하며 집에 대해 흥미를 갖게 되었다는 인동욱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을 그림에 녹여 자신의 삶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고 한다.

    “예전에 집 짓는 일을 했었거든요. 일을 하다 보면 잘 지은 집과 못 지은 집이 있어요. 못 지은 집은 문제가 생겨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해요. 어느 정도 보수가 가능하기도 하지만 아예 보수도 하지 못하는 집이 있어요. 기초적인 공사가 잘 안됐기 때문이에요. 처음에 잘못되면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림도 마찬가지거든요. 그래서 보존이나 재료기법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특히 건축현장에서 썼던 그 재료들이 있는데 그것은 화학 제품이 아닌 근본적으로 쓸 수 있는 돌 가루나 토분이거든요. 그런 것들을 이용해서 보존성을 높이려고 좀 오래 작업을 하고 있어요.”

    그가 그림으로 집을 지을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보존’이다. 썩지 않아야 하고, 변색되지 않아야 하며, 균열이 가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그는 유독 재료와 제작 방법에 심혈을 기울인다. 역사에 남을 작품을 남기기 위한 그의 작업과정은 수많은 실패와 철저한 노력이 숨어 있다.

    “저는 여러 가지 재료와 기법을 많이 쓰기 때문에 장비를 많이 사용해요. 저는 붓으로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붓 대신 사용하는 것이 굉장히 많아요. 호일 있잖아요. 호일의 금박, 은박을 실재로도 사용해요. 그 외의 연탄 같은 것들을 가공해 서 쓸 때도 있고요. 제가 돌 가루로 그림을 그리는데 일본에서 다 오는 원석도 있지만 아예 돌 가는 기계를 사서 유리도 갈고 숯도 갈아 쓰고 그래요. 숯으로 방부처리를 하고, 그 위에 겹겹이 샌드위치처럼 돌 가루를 올리고, 배경이 나오면 그 돌 가루 위에 또
    돌 가루로 그림을 그리는 거예요.”

    인동욱이 그린 집들은 하나같이 삐뚤삐뚤하고 금세 쓰러질 것처럼 보이면서도, 구조적인 질서가 있다. 위태로움의 미학이랄까. 이 부분은 홍대, 이 부분은 금호동, 이 부분은 이태원… 실제 관찰한 풍경과 집들은 평면의 화폭 속에 새로운 구도로 재배치된다.
    인동욱은 집을 그리면서 작품마다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닌 그림을 그리는 사람(painter)이기에 글 대신 그림으로 읽을 수 있도록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그림만 그리는 게 아니라 그림 속에 의미를 담아 그 자신의 이야기를 나타내려고 한다. 미안한 마음도 있고, 기쁜 일도 담아내는 그의 작품은 일상을 그리는 그의 일기인 셈이다.




    낮에  65 x 105cm  석채혼합  2007

    “인동욱은 일상을 그리는 작가이다. 그에게 집은 단순한 집이 아니라 풍경이자 일기이며, 희노애락을 함께하는 놀이이기도 하다. 인동욱이 그린 집들은 하나같이 삐뚤삐뚤하고 금세 쓰러져 갈 것만 같이 왜곡되어 있다. 그는 대상을 특정한 은유와 비유로 표현함으로써 그 대상으로 하여금 생명력을 획득하게 도와주고 있다. 틀을 벗어난 조형 어법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 해 주게 되는데, 분해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을 통해서 일상의 축적된 메시지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
    -이종호(샘터 갤러리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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