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ARTS
  • 인터뷰 날짜 : 2012.04.06
  • 인터뷰어 : 김연숙
  • 글 작성자 :
  • Q. 흑과 백의 무늬를 가진 얼룩말이 화려한 꽃과 과일로 치장한 이미지가 작품에 주로 등장합니다. 또 작품에 가끔 등장하는 검은 그림자의 요정 같은 사람의 형태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작품에 대한 소개 부탁합니다.

    A. 얼룩말은 길들지 않는 야생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 외에도, 그 모습에서 참 많은 점이 자연을 담고 있다고 생각하여 그리게 되었습니다. 특히, 세세한 털 하나하나가 모여, 세상 모든 색의 혼합인 흑과 모든 빛의 혼합인 백을 치우침 없이 조화롭고 아름답게 한몸에 담고 있다는 점도 그렇고요. 그들의 선한 마음이 거짓 없이 그대로 보이는 것 같은 눈빛도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거든요. 각 그림에서의 꽃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더욱 부각하고 싶어서 그리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자연은, 얼룩말이기도 하고, 꽃 그 자체이기도 하고요. 야생의 꽃이 얼룩말과 함께 보임으로써, 야생의 화려함과 아름다움이 더욱 드러나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즉, 기본적으로는, 자연은 자연과 함께할 때 가장 아름답다는 것을 나타내고 싶었고요. 제 그림의 검은 사람들은 원시인에 가까운 인간 본연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어 그리게 되었는데요, 자세히 보면 이들은 항상 웃고 있고 옷을 걸치지도 않았습니다.
    요즘 세상에 찌들어서 항상 우울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뛰어놀고 웃고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표현하고 싶어서 얼룩말들과는 다르게 검은 사람들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제 그림 속에서 이들은 우리들의 수호천사가 되기도 하고 자연을 파괴하고 오염시키는 인간들이 아닌 자연의 수호천사가 되기도 합니다.

    Q. 얼마 전 출산으로 엄마가 되신 것 축하합니다. 아직 아이가 어려서 양육에 신경이 많이 쓰이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데 어려움은 없으신가요?

    A. 아기가 태어나기 전엔 힘들다는 말을 들어도 잘 몰랐었는데 아기가 막상 태어나니깐 육체적으로 힘든 면은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밤낮이 바뀌어 밤에 작업하는 스타일이었는데 아기가 새벽에도 자다가 깨기도 하고 해서 작업하다 아기를 보곤 해야 해서 그런 부분이 힘들었습니다. 자꾸 작업하다가 흐름이 끊기는 것 같아서요. 하지만 요즘엔 저도 아이도 많이 적응한 것 같아서 좋아졌어요. 오히려 아기가 태어나니, 제 그림에도 변화가 있는 것 같고, 집안에 웃음이 끊기지 않아 행복합니다.





    귀공자_한지에 혼합재료, 금박_116 x 91cm_2011



    Q. 작가 노트에서 '각자 자신만의 낙원을 꿈꾼다.'라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작가님이 꿈꾸는 낙원은 어떠한 모습일지 궁금합니다.

    A. 어릴 이따금 동화책 이야기가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실재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곤 했다. 그 중 하나가, 정말 '천국'이라는 장소가 구름 위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구름 위 천국'을 보려고, 옥상에 올라가 껑충껑충 뛰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비단, 어린아이가 아니더라도 누구든지 적어도 한 번은 자신만의 낙원을 꿈꾸고 찾습니다. 그것은 어떤 이에게는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는 곳일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는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낙원은 우리의 상상에서 현실의 고민과 갈등 없이 최고의 행복과 기쁨만을 느끼는 장소로 귀결됨은 분명합니다. 한편, 대부분 사람은 상상 속 낙원은 실재하지 않거나,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매혹적인 낙원을 누리기 위해서는 늘 어떤 노력이나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Q. 작품의 제목을 보면 얼룩말을 의인화해 지으신 것 같습니다. 작품의 제목은 어떻게 지으시나요?

    A. 주로 작품구성을 하는 과정에서 많이 떠오르는 편이고요, 때론 제목이 떠오르지 않아서 그림을 완성한 후에 짓기도 합니다.

    Q. 작품이 전체적으로 섬세하고 장식적으로 표현되었는데요. 회화의 그린다는 측면에서 보면 사물의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감정선을 잘 살리시는 것 같습니다. 인물이 아닌 동물이라 관찰이 쉽지 않으리라 예상되는데요. 주로 어떤 방법을 사용하시나요?

    A. 청주동물원의 얼룩말들을 자주 찾아가곤 합니다. 아주 가까이서 얼룩말을 볼 수 있고 집에서도 가깝거든요. 그곳에서 제가 강조하고 싶은 눈을 관찰하기도 하고 사진을 찍어와서 보고 그리기도 합니다.

    Q. 작업에 대한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에서 영향을 많이 받는지 궁금합니다.

    A. 디즈니영화나 여행을 통해 얻는 아이디어가 많습니다. 전 잔잔한 자연풍경을 바라보는 것도 좋아하고 화려한 자연을 바라보는 것도 좋아합니다. 자연은 언제봐도 어떤 감정에서 봐도 아름답고 행복해집니다. 그래서 여행을 좋아합니다. 여행지는 계획을 짜지 않고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도 가고 섬에도 가고 그런 편이에요. 가서 그 풍경을 보고 있으면 많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곤 합니다.

    Q. 작품 활동 이외에 취미나 특기가 있으시다면 소개 부탁합니다.

    A. 음악을 정말 좋아합니다. 작업하다가 가끔 피아노 치는 걸 아주 좋아했어요. 아기 낳기 전까지는요. 지금은 아이가 좋아하는 역할놀이 용품을 만들어주는 재미에 푹 빠져있답니다. 아이를 낳으면 엄마들은 취미도 바뀌는 것 같아요.





    나들이_한지에 혼합재료_116 x 91cm_2011



    Q. 좋아하는 화가나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A. 저는 학교 다닐 때부터 천경자, 루소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평면적이면서도 그 안의 입체감이 느껴지고, 화려한 채색 속엔 강한 메시지들이 담겨있습니다. 그 누구보다 자연을 많이 담기도 한 이 두 작가의 작품들은 다 좋아하고요, 제 작업에 많은 영향도 받았습니다.

    Q. 인지도 면에서나 작업의 완성도의 측면에서 안정적으로 전업작가의 길을 잘 걸어가고 계신다고 보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작업을 어떻게 구상하고 계시는지 알고 싶습니다.

    A. 일단 작업을 하는 것은 즐겁고 행복한 일입니다. 변화된 점이 있다면, 그림을 그리는 것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는 점과 그 때문에 더욱 밝아졌다는 점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예전에는 ‘내가 평생, 그림을 계속 그리면서 살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이 마음 한쪽에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평생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하는 것은 너무 나만 생각하는 사람이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제 그림을 보고 좋아해 주시고, 격려해주시는 분들이 뵐 수 있어, 비로소 ‘내가 평생, 그림을 그려도 되겠구나.’ 하는 용기가 생기곤 합니다. 그러다 보니 더욱 긍정적인 마음이 생기게 되고, 더욱 즐거워지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그림 스타일을 확 바꾸겠다는 생각보다는 천천히 꾸준히 작업하면서 제 스타일을 보여 드리는 것이 제 계획입니다. 동물이라는 소재는 바뀔 수 있겠지만 커다란 자연이란 주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습니다. 또, 얼룩말을 그리려 얼룩말을 가까이해서 혹은 주위의 아름다운 풍경이나 모습을 자주 떠올리려 해서인지, 예전에는 그림을 어서 완성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었는데, 요즘은 편안하고 좋은 기분을 표현하자는 마음으로 그림을 진행하는 편이라, 오히려 더 편안한 마음으로 작업하는 편입니다.





    부부_한지에 혼합재료_116 x 91cm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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