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ARTS

작가

작가 인터뷰

정미정
도시 속 관계를 잇다.
2012.06.04

인터뷰 날짜 : 2012.04.03
인터뷰어 : 김연숙
글 작성자 :

Q. 작가님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전선이나 실이 작품 밖으로 끝없이 연결된 느낌이 들거나 색색의 나비가 작품 속에서 도시를 점령한 듯한 이미지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작품 속에 인위적으로 배치한 이미지들에 대한 설명 부탁합니다.

A. 제 작업의 주제는 도시(사회)와 그 속에 자리 잡은 개인과의 관계성입니다. 도시 즉 건물 사이에 널려 있는 전선의 이미지는 사회관계의 연결성에 대한 은유적 표현매개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쉽게 표현해 관계성을 보이지 않는 끈으로 자주 비유하는데, 저는 집집마다 연결된 전선이 도시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관계성을 전선이라는 이미지를 빌려 표현하고 있습니다.
저는 불교신자는 아닙니다만, '인드라망'이라는 불교 용어가 있는데 이는 불교에서 보는 세상에 대한 관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드라라는 그물은 한없이 넓고 그물의 이음새마다 구슬이 있는데, 그 구슬은 서로를 비추어 주는 관계라고 합니다. 그 구슬들은 서로를 비출 뿐만 아니라 그물로 연결되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인간 세상의 모습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마치 스스로 살아가는 것 같지만, 사실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 비추고 있는 밀접한 관계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세상과 인간과의 관계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도시 이미지 위 끝없이 뻗은 전선 위로 여기저기 흩날리는 나비모양 실루엣들은 토르소 형태의 사람 모양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사회 속에 자리 잡은 혹은 자리 잡기 원하는 현대인들의 정체성에 대한 은유입니다. 공영방송에서 '다이나믹 코리아'라는 카피라이터를 통해 역동적인 한국의 모습을 부각시켰지만, 저는 한국 사회가 너무 빠르게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회 시설이 편리해지고 정리되는 것은 반가운 현상이지만, 그 속에서 정체성 혼란을 겪으며 방황하고 나약해지는 사회인의 모습이 발견되기 때문입니다. 도시 이미지 속 사회관계 즉 전서 주위를 정처없이 떠도는 나비모양의 실루엣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Plants_oil on canvas_45.5 x 53cm_2011

Q. 화려한 색감이 캔버스를 점령한 느낌이 듭니다. 더불어 원래의 색이 아닌 디지털적인 요소가 가미된 색감을 쓰시는 경우가 있으신데요. 이러한 색의 사용에 대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A. 창작이라는 것은 상상하고 의도한 가상의 이미지를 형상화해 표현하는 작업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작가로서의 즐거움 중 하나가 상상하는 것을 표현해 낼 수 있다는 점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작업을 통해서 익숙한 우리 주변의 이미지들을 낯선 느낌으로 바꾸는 것에 재미를 느낌니다. 전봇대와 전선을 연상시키는 회색과 검은색이 아닌 다른 색을 입힘으로써 고정 관념을 다른 시각적 매체로 바꾸기 위한 의도입니다.
그림은 작가의 생각과 느낌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하나의 도구입니다. 똑같은 전선을 봐도 표현되는 색은 개인마다 다를 것입니다. 그림에 사용된 색은 자연 풍경에 쓰이는 색은 아니고 인공적 컴퓨터 그래픽에서나 볼 수 있는 색인데, 이유는 창조된 도시와 저의 시각으로 보는 현대 도시의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킨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적인 색감은 '디지털 문명'과도 잘 어울리는 색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매끄럽고 차가우며 인위적인 색입니다. 그 색이 아날로그적 전선과 만나 낯선 풍경으로 바뀌는 긴장감이 급변하는 사회와 대조적으로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프랑스에서 디지털 테크놀러지 전공을 ?는데, 아마도 그때 공부하고 배운 시각적 효과가 지금 작업과 연관성이 있겠지요.

Q. 학부 졸업 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셨는데, 가시게 된 경위와 프랑스에서의 생활은 어땠나요?

A. 초등학교 2학년때 그림을 취미로 배우시던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그림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주위에서 소질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어린 나이에 그림이 무엇보다 재미있어서 화가가 될 생각을 했습니다.
모네, 고갱, 피카소, 반고흐 정도의 작가만 알았는데, 모두 프랑스에서 활동한 작가여서 화가가 되려면 프랑스에서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토록 동경하던 프랑스를 대학졸업 전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했고, 프랑스에 도착해 첫 느낌으로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유학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요. 저의 첫 느낌은 설레거나 감동적인 벅찬 느낌이라기보다는 편안함이었습니다. 그래서 두 달 동안 프랑스를 여행하며 유학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유학생활은 바로 현실이었습니다. 화려하고 역사적 가치가 우수한 그림들과 건물들을 둘러볼 여유도 없이 어학공부와 대학입학 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한국에서의 생활과는 같은 혼자 생활한다는 조건은 같아도 너무나 달랐습니다. 집 구하기, 은행계좌 열기, 핸드폰 구입하기 등의 절차와 진행 속도의 차이를 경험해 본 결과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느리게 느껴졌습니다.
유학시절 가장 힘든 것은 외로움이었습니다.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으로 전적으로 모든 것을 혼자서 처리해야 었고, 초반에 유학을 포기하고 돌아가는 친구들을 보는 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두 번 정도 공항까하지 배웅해 줬는데, 마음이 심란해져 이후로는 공항까지는 절대 배웅해 주지 않기로 다짐했습니다.
어학원 시절 여러 나라 친구를 만나서 그들의 문화에 관해 이야기하고 생각을 교류할 수 있는 것이 즐거움이었습니다. 그들과 이야기하면서 여행하고 싶은 곳도 많아지고 각국의 문화와 취향에 대해 궁금한 것도 많아졌습니다. 유학생활을 통해 다른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폭넓은 사고와 시각적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2년간의 어학공부를 마치고 학교에 입학해 프랑스인들과 공부하면서 그들의 교육환경과 방법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모든 수업이 토론형식이었거든요. 일반적이고 소소한 대상에 대해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수업으로 강요되는 것이 없이 모든 것이 가능한 미술수업이었습니다. 너무 자유로워 주입식 교육환경이 익숙한 제가 적응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철학과 미학수업은 언어능력이 부족해 어려웠던 수업이었습니다. 이런 수업 과정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이어서 힘든 점이 있었습니다.

Q. 요즘 전선을 땅속에 매설해 도시에서 전봇대를 보기가 어렵습니다. 작품 속에서 보이는 전봇대의 이미지는 어떻게 사용하게 되신 건가요?

A. 이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전선이미지의 도입은 프랑스 유학생활과도 연결됩니다. 유학하기 전까지만 해도 전선이 눈에 들어오진 않았어요. 어릴 때부터 익숙한 풍경이기도 했고 그냥 자연스러운 것이었습니다. 사실 프랑스의 도시에서는 전선은 모두 땅속에 매설되어 있기 때문에 볼 수 없습니다. 프랑스에서 생활에 익숙해진 후 한국으로 귀국해서 보니 한국은 변화가 빠른 나라임을 알 수 있었어요.
한 번씩 한국 들어올 때 보면 건물, 아파트가 어느새 집 앞에 들어서 있고 사람과 자동차로 넘쳐나더군요. 집 위 옥상에서 그 변화들을 한참 담고 있는데 전선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얽히고설켜서 여기저기 억지로 정리한 듯 뻗어 있는 게 한국적 모습 같았어요. 그리고 재미있는 건 내가 알지도 못하는 어느 집과 내가 있는 곳이 이 선들로 연결되어 있더군요. “어쩜 이 전선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다 보면 온 지구 사람들을 다 만나기도 하겠다!”는 생각도 해 봤습니다. 실제 전선은 아닐지라도 무선 인터넷은 정말 지구 사람들을 다 연결해주는 끈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때부터 기존에 제가 가지고 있던 작업의 주제들 “사회 속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작품에 전선 이미지가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요즘은 실루엣 (나비 모양)의 이미지를 조금 뒤로 하고 전선이미지와 도시 이미지를 디지털 색감을 이용하여 더욱 간결하게 표현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Q. 작업하지 않을 때에는 주로 무엇을 하면서 보내세요? 즐기는 것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A. 영화를 보거나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을 좋아합니다. 영화는 집에서 보는 것보다 사운드가 좋고 스크린이 큰 영화관에서 보는 걸 좋아합니다. 코메디나 드라마 같은 잔잔하고 평범한 일상적 이야기를 담은 영화보다는 SF나 환타지,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다큐를 즐겨봅니다. 기존의 사실을 바탕으로 보고하는 영화보다는 인간의 상상력과 기발한 것을 표현한 영화로 대표적인 것이 ‘매트릭스’, ‘K-pax’, ‘아바타’ 그리고 ‘인셉션’ 같은 영화입니다. 심오하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철학적인 영화를 개인적으로 별로 선호하지 않고, 영화를 보는 순간만큼은 휴식 같은 거여서 좀 편하게 눈과 귀가 시원하길 바랍니다.

Look strange_oil on canvas_46 x 38cm_2011

Q. 좋아하는 화가와 작품이 있다면 소개 바랍니다.

A. 각각의 화가들은 다 자신만의 색을 다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화가의 작품마다 전체적으로 좋다기보다 특정 요소들이 좋은데 데미안 허스트의 기발한 아이디어나 스케일: 상어를 대형 포름알데히드 수족관에 넣은 작품 ‘살아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과 터너의 작업 중 노을 지는 하늘을 좋아합니다. 터너의 작품은 영국여행 중 실제로 봤는데, 그 색감과 느낌은 사진으로는 차마 담아내기 어려웠습니다. 푸른빛과 붉은빛이 어우러져 노을 지는 하늘은 제가 그림을 보고 실제로 가슴이 두근거린 첫 번째 그림이었어요. 터너의 그림을 감상 후 화이트 파크를 구경하러 갔는데, 해 질 무렵 그곳에는 터너의 하늘이 그대로 펼쳐지고 있었어요. 그때 완전히 감동적이었습니다. 터너가 담으려 한 노을이 실제로 보면 형광의 오렌지가 강해서 과장해 표현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영국의 하늘은 한국의 하늘과 달랐습니다. 화이트파그에서 본 영국 하늘은 완전히 같은 빛의 터너의 하늘이었습니다. 몇 세기를 거쳐 터너와 같은 시각으로 그 자리에 서 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Q. 좋아하는 화가와 작품이 있다면 소개 바랍니다.

정미정 : 각각의 화가들은 다 자신만의 색을 다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화가의 작품마다 전체적으로 좋다기보다 특정 요소들이 좋은데 데미안 허스트의 기발한 아이디어나 스케일: 상어를 대형 포름알데히드 수족관에 넣은 작품 ‘살아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과 터너의 작업 중 노을 지는 하늘을 좋아합니다. 터너의 작품은 영국여행 중 실제로 봤는데, 그 색감과 느낌은 사진으로는 차마 담아내기 어려웠습니다. 푸른빛과 붉은빛이 어우러져 노을 지는 하늘은 제가 그림을 보고 실제로 가슴이 두근거린 첫 번째 그림이었어요. 터너의 그림을 감상 후 화이트 파크를 구경하러 갔는데, 해 질 무렵 그곳에는 터너의 하늘이 그대로 펼쳐지고 있었어요. 그때 완전히 감동적이었습니다. 터너가 담으려 한 노을이 실제로 보면 형광의 오렌지가 강해서 과장해 표현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영국의 하늘은 한국의 하늘과 달랐습니다. 화이트파그에서 본 영국 하늘은 완전히 같은 빛의 터너의 하늘이었습니다. 몇 세기를 거쳐 터너와 같은 시각으로 그 자리에 서 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Q. 전업작가의 생활이 쉽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슬럼프를 겪은 경험이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세요.

A. 슬럼프는 항상 주기적으로 오는 것 같습니다. 가장 큰 슬럼프 중 하나가 유학을 마치고 딱 한국에 들어왔을 때 부딪치는 현실 때문이었습니다. 작업하는 것이 힘들어서 오는 슬럼프라기보다는 하고 싶은 것을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안해서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작가들은 직업이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사회적 현실과 많은 부분 거리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도 그렇고요. 모든 일에 전문 직업적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안정성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그림을 하는 작가들은 금전적으로 안정적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작가라는 직업을 유지하기 위해서 부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저 역시 작업 활동을 하기 위해서 미술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blue universe_oil on canvas_61 x 73cm_2011

Q.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세요.

A. 한국은 하나의 생각에 대한 다양한 방법적 시도보다는 장르나 표면적인 일관성에 대해 한정 짓는 것을 선호하는 듯합니다. 저는 같은 주제에 대해서도 다양한 매체(도구)의 사용을 해보고 싶은데, 말하자면 지금 하고 있는 작업 평면에 국한되지 않고 앞으로 생각이나 표현방법을 더 발전시켜 설치, 영상과 소리 인터렉티브까지 다양하게 접목해 발전해 나가고 싶습니다.
올해는 다양한 전시를 통해 관객과 많이 만날 계획으로 꾸준히 작업해서 개인전도 가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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