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ARTS
  • 인터뷰 날짜 : 2009.10.05
  • 인터뷰어 : 최희경
  • 글 작성자 : 나비
  • 마르케스의 소설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에서, 주인공은 아흔 살 생일에 고양이를 선물 받는다. 적어도 애완동물이라면, 밖에서 돌아오면 반겨주고 외로우면 품에 안을 수도 있어야 하는 법이다. 그러나 이 고양이란 녀석은 불러도 오지도 않고 도대체 애교란 찾아 볼 수도 없으며 심지어 하루 종일 잠만 잘 때도 있다. 늙고 외로운 그에게 필요했던 것은, 어쩌면 고양이가 아니라 강아지 아니었을까? 어느날, 샤워를 마치고 나온 그에게 고양이가 다가와 촉각을 곤두세운 듯한 꼬리로 그의 종아리를 살
    포시 감싼다. 그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고양이의 행동에 소름이 끼쳤지만 그제서야 비로소 자신이 혼자가 아님을 깨닫고 잠시나마 위안을 얻는다.

    그렇다. 고양이는 그런 존재다. 스스로 노는 것을 좋아하고, 늘 청결함을 유지하려 한다. 작은 공간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유연함과 사뿐한 그 걸음걸이 하며 호기심은 또 얼마나 많은지…… 인간에게 종속되려 하지 않는 도도함 또한 고양이만의 묘한 매력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고양이는 매우 특별한 습성을 지닌 동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Flying -교감  35 x 58cm  실크에 혼합재료  2007

    그러한 고양이를 계속 그려온 작가 안미선은 2001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2번의 개인전을 가졌다. 물론 모두 고양이었다. 주위에서는 왜 이렇게 고양이만 그리냐, 작가라면 좀 더 다양하게 그려야 하지 않느냐 등등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고양이의 매력에 푹 빠진 그녀는 고양이를 그리는 것 자체가 행복이기에 그리고, 또 그린다.
    어렸을 때부터 고양이를 좋아했던 그녀는 작업실을 내자마자 고양이를 기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자 고양이의 독특한 습성이 많이 보이더란다. 세상 모든 것을 처음 접하는 것 마냥 언제나 호기심 가득한 고양이의 행동을 보고 그 한 순간, 한 순간을 포착해서 그림으로 그렸다. 때로는 고양이의 행동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자신의 감정을 개입시켜 보기도 했다는데, 아무래도 혼자 살면서 느낀 외로움을 고양이만의 따뜻함으로 치유 받고자 했던 것 같다. 고양이를 통한 안미선의 의인화.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사람들이 보기에 단편적으로 ‘그냥 고양이네’라고 할 수 있는 거지만, 저를 잘 아는 사람들은 ‘그건 안미선이다’라고 이야기해요.

    그녀는 고양이를 그릴 때 보송보송한 털의 느낌을 잘 살릴 수 있기에 분채를 사용한다. 파우더 같은 가루 입자의 분채를 이용하여 부드러운 느낌을 살린다. 특이한 점은 장지나 화선지 대신 비단에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다. 비단에 그림을 그리면서 수 놓는 작업도 하고 있다. 아주 간단한 시침질이다. 기계수가 아니라 손으로 직접 바느질을 하기 때문에 실재로 작품을 보면 평면적이기 보다는 살짝 입체적인 느낌이 든다. 한 땀, 한 땀 그렇게 그녀의 정성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들이다.




    Flying_마법에 걸리다  33 x 51cm  실크에 혼합재료  2008

    그녀는 그림에, 고양이에 너무 집착해서 그 강박관념에 붓을 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고 하지만 그림을 그리면 그릴수록 ‘이것은 내가 죽을 때까지 해야 할 일이구나’ 라는 생각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는 행복한 예술가다. 그녀는, 이제 자신의 작품을 좋아하고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에 부담감이 없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고백한다. 그러한 이유에서라도 앞으로는 보다 완성도 높은 작품을 위해 전시 횟수를 조절하면서 작업에 몰두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늘 고양이의 비상을 그리는 작가이지만 하루하루 더 깊이 있어질 그녀의 비상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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