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ARTS

작가

작가 인터뷰

도미노
영상이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우주
2012.04.23

인터뷰 날짜 : 2012.02.08
인터뷰어 : 김남은(신한갤러리 큐레이터)
글 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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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미디어 작업은 아무래도 공간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신한 아트홀 역삼은 작업을 위한 공간으로 어떤가요? 더불어 현재 전시 중인 작업에 대한 소개 부탁 드립니다.

A. 미디어 전시 공간으로 완벽하게 이상적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전시했던 공간 중에서 최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상 작품을 전시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공간은 ‘검은 방’입니다. 하지만 빛의 간섭이 있습니다. 공간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합니다. 그 점을 제외한다면 후한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며 우주의 경이로움에 감탄하고 있을 때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구 중 의심이 가는 부분이 떠올랐습니다.

“한 알의 모래 속에 세계를 보며 한 떨기 들꽃 속에서 천국을 보라 그대의 손바닥에 무한을 쥐고 순간 속에서 영원을 보라.”

무언가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생각해 보았습니다. 조명 회사에서 디자이너 일하며 이 구절을 해석할 수 있는 힌트를 발견합니다. 어느 날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장식된 도시의 야경을 보고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은하계처럼 보였습니다. 사실 확인을 위해 야경 사진을 찍고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해 보았습니다. 그러자 비전으로 보았던 은하계가 드러나게 됐습니다. 한 알은 아니지만 한 야경 속에서 은하계를 보게 된 것입니다. ‘빛-단편’은 우리 삶 속에 숨어 있는 다양한 은하계에 관한 발견이자, 별의 생성과 소멸이라는 천문학적인 시간 단위의 운동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2011년 국제 천체관측협력 프로젝트 협회는 110억 년 전 우주의 모습을 3D로 완벽 재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물을 보았는데 ‘빛-단편’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과학적인 검증과 대구를 이룬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라워했습니다.

Q. 전시 오픈 당일에 전시 공간에 향을 피워 놓아서 참 좋았습니다. 멀리서도 은은하게 향이 퍼지더군요. 전시장에 작품을 감상하도록 놓인 의자 대신 방석을 놓는 게 더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다른 전시에서는 어떠한 연출들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A. 예전에는 상영에 집중하느라 공간 디자인에 대해서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처음으로 의도한 것을 조금 선보일 수 있었습니다. 공간과 작품에 가장 어울리는 향을 구하기 위해 여러 가지 향을 구입해 테스트해 보았습니다. 냄새에 대한 반응이 어떨지 궁금했는데 생각보다 긍정적이라 다행입니다.
전시장에 의자 대신 방석을 놓으라는 의견은 예전부터 많이 받아 왔습니다. 그것에 대해 여러 각도에서 고민 했었는데 아직 시기상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체적인 조형성을 감안 한다면 방석을 놓는 게 더 어울리지 모르나 감상의 편리함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에 시도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 전시하게 될 경우에는 방석을 사용해 볼까 합니다.
어떤 반응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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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동안 개인전은 없었지만, 그룹전을 통해서 작품이 소개되었네요. 작가님의 작업을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중요한 작품들을 소개해 주셨으면 합니다.

A. 연금술 시리즈에 해당하는 ‘빛-단편’과 ‘습기-한 조각’ 그리고 ‘비전 퀘스트’가 대표 작품입니다. ‘빛-단편’의 경우 2008년 cell international이란 조명회사에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을 당시 제작한 영상입니다. ‘습기-한 조각’은 2009년 경기도창작센터에서 ‘선감도’를 주제로 한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품입니다. 수분의 농도와 그에 따른 감정 상태의 변화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비전 퀘스트’의 경우 field out crossing group이라는 이종 장르 간의 혼합을 주제로 설립된 소규모 단체에서 주제로 제시한 ‘2050년 서울’에 관한 주관적인 소고가 담겨 있는 결과물입니다.

Q. 영상 이외에 사진, 드로잉 등 여러 가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을 작가님 블로그를 통해 보았습니다. 재주가 참 많으신 것 같아요. 어떻게 해서 이러한 작업들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알려주세요.

A. 아마도 ‘도미노’란 사람을 객관적으로 관찰해 보면 관심사가 다양하고 에너지가 넘치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여분의 에너지는 언제나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힘을 분산시켜야 하는데 ‘영상’ 장르는 제작 기간이 최소 6개월 이상이 소요됩니다. 한 가지 작업에만 매달리게 되면 지루함과 괴로움이 증가하기 때문에 분위기 환기를 위해 다른 장르에 눈을 돌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Q. 요즘에 디지털 분야가 워낙 빠르게 발전하다 보니 작가님도 배울 것도 많을 것 같아요. 게다가 기계를 통한 작업을 많이 하고 있는데, 어렵거나 힘든 점은 없는지요?

A. 신제품 및 새로운 프로그램의 업데이트 속도는 이미 인간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지 않는다면 생기를 잃게 됩니다. 그래서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고 공부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누구나 공부하는 것은 힘든 일 중의 하나입니다. 저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저는 나름의 공부법을 개발하고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연애와 비슷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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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디지털 작을 통해서 이렇게 감성적인 영상들이 제작된다는 것이 매력적입니다. 이러한 작업들이 나오기까지의 제작 과정을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A. 첫 번째는 몸과 마음의 균형을 유지하려고 애씁니다. 두 번째는 연애하는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어떤 감독이 말하길 제대로 된 연애 영화를 찍기 위해서는 남녀 배우가 실제로 연애를 하는 정도의 몰입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저 역시 그런 관점에서 세상과 자신에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았지만, 감성적인 표현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Q. 또 다른 영상 작품들(예를 들면 영화)을 통해서 아이디어를 얻는 부분도 있겠지요? 이 외에 작업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는지 궁금합니다.

A. 대부분 아이디어는 비예술적인 분야를 참고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의학, 경제학, 과학, 심리학 같은 것들이 되겠습니다. 또 다른 부분을 언급하자면 일상생활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을 즐깁니다. 여기서 가장 큰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곤 합니다.

Q. 앞으로의 작업이 궁금합니다. 구상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A. 시와 사진이 결합된 형태, 동화와 그림이 결합된 형태, 미디어와 과학 그리고 종교가 결합된 형태의 3가지 작업을 위주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비예술적인 부분에 더욱 관심을 두려 합니다. 예를 들면 사업이나 공공복지 교육 등에 관심을 두고 경제적인 효과를 통해 다시 예술에 재투자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과 구조의 개발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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