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ARTS
  • 인터뷰 날짜 : 2012.01.16
  • 인터뷰어 : 김연숙
  • 글 작성자 :
  • Q. 청색과 나무라는 소재로 여러 제목별 시리즈 작업을 하시는데요. 각각의 시리즈 작업에 대한 소개 부탁합니다.

    A. 2007년부터 청색을 사용해서 나무라는 소재로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소요(逍遙)하다’ 시리즈는 그 첫 번째 작업으로 장자의 소요유(逍遙游)를 이론적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장자의 예술철학은 절대 자유의 정신을 의미하며 소요유<逍遙游>편을 통해 상징적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도(道)의 경지를 실현하며 살아가고 싶은 인간의 마음은 이상향이고 도달하기 어려운 경지로만 느껴집니다. 저는 자연 안에서 자유를 느끼며 산책 같은 하루를 사는 것을 ‘소요’로 표현하고 삶에 지친 현대인이 휴식과 위안을 통해 소요의 현대적 실현이라는 하나의 작은 꿈을 꿀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2009년의 ‘유_유(遊_遊)’ 시리즈는 같은 맥락에서 유(遊)의 개념에 보다 집중한 작업이었습니다. 유(遊)의 개념은 유희(遊戱)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유(遊)자는 깃발에 늘어뜨린 끈처럼 생긴 술은 바람에 따라 나부끼면서 얽매이는 바가 없어 자유롭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작업과정에서도 스스로 이러한 유희적인 면을 실현하기 위해, 뿌리고 번지는 기법을 이용하고 자유로운 필치의 드로잉을 하는 방식으로 작업했던 작품들입니다.
    2011년 ‘달하 높이곰 도다샤’ 시리즈는 그동안 해오던 작업에 달항아리의 이미지를 더한 것입니다. 달 항아리는 바라보면 희고 넉넉한 형태와 따뜻한 밝음이 사람의 마음을 정화시키고 위안을 주는 듯합니다. 또한, 사람의 마음이 닮아야 할 품성과 덕성이 담겨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저의 작업은 그리는 작가나 그 그림을 보는 사람에게 자유와 평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는 작업이기에 달 항아리의 이미지가 제 마음에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




    달하 높이곰 돋아샤_02_장지에 분채 _130 × 130cm _2011



    Q. 작품의 컬러감에 통일성이 있습니다. 청색을 선정 이유와 의미가 있나요?

    A. 우리말에 ‘푸르다’라는 말은 blue와 green이라는 두 낱말을 모두 포괄합니다. 하늘과 바다와 들판 등의 색깔을 말할 때 두루 쓰이죠. 이것은 대상의 서로 다른 색깔이라는 측면보다 그것들의 색이 지니는 공통된 의미, 즉 본질적인 의미에 더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동양철학에서 본질에 도달하려는 도교의 철학적 의미가 숨어 있는 것이죠. 즉 제 작업에서 청색은 자연으로부터 느껴지는 자유와 소요를 상징하는 색이라 할 수 있습니다.

    Q. 작품의 제목이 서정적이며 시적이라 생각됩니다. 제목을 지을 때 가장 고려하는 사항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A. 작업의 내용이 자연과 마음, 사람에 관한 것이라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소요하다’, ‘유_유’는 사실 어렵고 딱딱하거나 관념적으로 들리는 제목일지 모르겠습니다. 작업을 하는 당시 가장 마음에 두고 있고 몰두해 있는 ‘화두’같은 것이 제목이 되는 것 같습니다. ‘달하 높이곰 도다샤’는 백제 가요 정읍사의 첫 구절이기에 문학적이고 서정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또한 제가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차용하게 되었지요. 제목은 늘 작가의 생각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Q. 미술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A.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부터 늘 그림을 그리며 놀았고, 화구 박스가 제 가방이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저나 부모님께서도 다른 일을 하는 것을 생각하기가 오히려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전업 작가의 길이 힘든 길이기에 대학원을 진학할 때는 미술교육을 공부해서 선생님을 하면서 작가 생활을 이어가는 것이 어떻겠는지 권유도 하셨지만, 일반 대학원에서 내 작업에 대한 논문도 써보고, 작업에 집중하고 싶었기 때문에 또 한국화 전공을 선택했었죠.

    Q. 전업 작가의 길을 선택하기가 쉽지만은 않았으리라 생각됩니다. 예상했던 전업 작가의 생활과 다른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A. 예상했던 것과 다르다기보다는 예상은 했지만 힘들 때가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혹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힘든 순간도 있다는 겁니다.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만약 교직을 병행하거나 다른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너무 많이 써야 한다면 작업에 대해 집중하고 몰입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경제적 정신적 안정감이 절실한 순간에는 교직을 하며 작업했으면 더 마음 편하게 작업을 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모든 것은 선택이고 선택한 후의 상황은 자신이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젊은 작가로서 하고 싶은 작업이나 전시가 많은 것 같은데요. 2012년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A. 드로잉 작업을 더 많이 다양하게 해볼 생각입니다. 어쩌면 다른 색들이 제 그림 안으로 들어올 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음 안에는 벌써 여러 가지 색들이 춤을 추기 시작했거든요. 봄이 되면 야외에서 드로잉하며 자연의 색을 찾아 모을 생각입니다. 생각하니 벌써 봄이 오는 것처럼 신이 나네요. 그리고 도자기에 드로잉을 해서 작품들을 많이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걸어놓고 보는 그림들도 좋지만 일상 속에서 직접 쓰이고 즐길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랍니다. 그런 측면에서 주로 개인전 위주의 전시에만 중점을 두고 작가 생활을 해왔는데 앞으로는 더욱 많은 전시 참여와 대안공간이나 갤러리 카페와 같은 일상과 가까운 거리에서 많은 사람과 작품을 공유할 수 있는 곳이라면 적극 참여해서 대중과 더 자주 만날 수 있는 작가이고 작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Q. 좋아하는 작가나 작품이 있다면 소개 부탁합니다.

    A. 좋아하는 작가는 많지만, 지금은 마티스의 작품에 매력을 많이 느끼고 있죠. 어린아이 같은 자유분방한 색채와 콜라주 작품들은 생각만 해도 경쾌해집니다. 같은 여자로서 조지아 오키프와 루이스 부르주아는 참 매력적인 작가이기도 하고 존경스런 작가들입니다. 할머니가 되어서 자신의 작품 앞에서 주름 가득한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평화로울 수 있는 작가가 되었으면 싶은 생각을 해본 적이 있지요. 좋아하는 작품 중에는 또 우리의 옛 문인화가들의 작품이 있습니다. 담백하고, 여백이 있고 그러면서도 때론 선비의 기상이 드러나고, 때론 인간적인 면모가 엿보이는 작품들을 보면 마음에 선선한 바람이 통하는 듯해서 좋습니다.

    Q. 작업 이외 좋아하는 것이나 취미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A. 음악과 책 여행 모두를 사랑하고 좋아하죠. 작업은 삶이 그러하듯 때때로 외롭고 고독합니다. 음악과 책은 혼자 있는 작업실에서 친구도 되어주고 위안도 되어주죠. 한동안 정신없이 작업에 몰입하고 소진되었다는 느낌이 들면 어김없이 여행을 떠납니다. 여행만큼 온전한 휴식을 주고 고인 물은 흘러가고 새로운 물을 흐르게 하는 좋은 방법은 없는 것 같아요.
    너무 정적인 것들만 즐기는 것 같겠지만 사실 테니스, 스쿼시, 볼링, 수영, 등산등의 레저 스포츠를 두루 즐기는 편이고 특히 물속을 좋아해서 스쿠버 자격증도 가지고 있지요. 바다 안에서의 자유로움과 아름다움은 한번 맛보면 중독되기 마련인 것 같습니다. 일주일 내내 바닷가에 머물며 다이빙하는 여행은 최고의 휴식이었습니다. 요즘은 대학 시절 재즈 동아리에서 활동했던 인연으로 새롭게 재즈 밴드를 하며 2주에 한 번씩 모여 연습하며 재즈 음악에 푹 빠져 지내는 시간도 생겼습니다. 요리하거나 서예를 하는 동안은 다른 생각을 잊어버릴 수 있기도 하고 재미있고 즐거워서 즐기는 취미이기도 합니다.
    작품의 컬러감에 통일성이 있습니다. 청색을 선정 이유와 의미가 있나요?
    우리말에 ‘푸르다’라는 말은 blue와 green이라는 두 낱말을 모두 포괄합니다. 하늘과 바다와 들판 등의 색깔을 말할 때 두루 쓰이죠. 이것은 대상의 서로 다른 색깔이라는 측면보다 그것들의 색이 지니는 공통된 의미, 즉 본질적인 의미에 더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동양철학에서 본질에 도달하려는 도교의 철학적 의미가 숨어 있는 것이죠. 즉 제 작업에서 청색은 자연으로부터 느껴지는 자유와 소요를 상징하는 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소요하다_한지에 분채_130 x 163cm_2007





    Q. 누구에게나 슬럼프는 한 번씩 찾아오게 마련인데요. 작가님도 경험이 있으신가요? 있으셨다면 어떻게 극복하셨는지요?

    A. 크고 작은 슬럼프는 작업하는 작가로서도 있지만 누구에게나 있겠지요. 힘든 일이 닥치면 우선 제일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하고, 하나씩 생각을 정리합니다. 나의 가치관에서 중요한 것을 제일 먼저 챙기고 나면 다른 것들 생각보다 어느새 의미가 축소되고 마음의 평안을 찾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주어진 상황에서 다시 최선을 다하는 것이겠죠. 그리고 제게 도움이 될 만한 글들이 있었던 책을 다시 뒤적여 읽고는 합니다. 책을 읽을 때 밑줄을 긋거나 메모를 많이 하는 편인데 그것들이 힘들 때 마음을 정리하고 중요한 선택이나 판단 직전에 마음을 고르는 중심이 되어주곤 할 때가 잦습니다. 특히 고전은 달리 고전이 아닌 것 같습니다. 늘 혼자 가야 하는 삶의 길에 좋은 친구이자 스승의 역할을 언제나 해주는 것이 고전이고 책인 것 같습니다.




    소요하다_130 x 163cm_한지에 분채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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