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ARTS

작가

작가 인터뷰

권지은
종교적 한계를 넘어선 예술적 불화
2012.04.09

인터뷰 날짜 : 2011.12.30
인터뷰어 : 김연숙
글 작성자 :

Q. 2012년을 연 장은선 갤러리에서의 전시에 대한 소개 부탁합니다.

A. 이 전시는 2012년 60년 만에 돌아온 흑룡해를 맞이하여 어려운 경제와 혼란스러운 사회에 금빛찬란한 희망을 드리고자 하는 작은 바람으로 금박을 사용하여 전통회화기법과 현대회화기법을 적절히 혼용하여 제작한 용을 주제로 한 작품을 장은선 갤러리에서 2012년 1월 4일부터 20일까지 20여 점 전시했습니다.

Q. 전시를 준비하시면서 어디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쓰셨는지 궁금합니다.

A. 사실 용이란 것이 상상의 동물이기에 이미 그려진 용들의 이미지조차 제각각이어서 참고하면서 저만의 형상을 표현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또 자칫 전통회화, 특히 불화를 전공하였기에 민화풍이나 단청풍의 오방색과 먹으로만 표현되는 구태의연한 용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였습니다.
금박을 사용하는 다른 작가들과의 차별화를 위하여 불교미술의 전통기법인 개금(改金: 목조나 소조불상이나 공예품에 금박을 입히는 것)기법과 고분(高粉:단청에서 화면에 두드러지게 보이도록 그리는 방법)기법을 이용하여 입체감을 주고, 금을 붙일 때 무광과 유광을 적절히 배치해 자칫 금만이 들어가 단조롭고 지루해지지 않도록 하였습니다. 또 용이 금으로 반짝거리는 것을 감안하여 용의 제외한 다른 부분을 석채로 사용하여 거친 느낌이 나도록 하는 등 주제와 재료의 제한성을 다양한 기법으로 변화를 주는 것에 많은 신경을 썼던 것 같습니다.

왕의 귀환Ⅲ_한지에 채색, 금박_25×25cm_2011

Q. 학부부터 박사과정까지 불교 미술만을 전공하셨습니다. 사회적 분위기나 현미술시장을 생각해 볼 때 쉽지 않은 길을 가고 계신 것 같습니다.
작업 활동에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A. 사회적 분위기와 현 미술 시장은 비단 불교 미술 작가뿐만 아니라 모든 작가가 작품만 하기에 쉽지 않은 길이라 생각됩니다.

불화작업 자체는 사실 근 20년간 해왔고 또 좋아해서 천연염색부터 해야 하는 밑작업부터 시작해서 그림이 완성되는 단계까지 과정이 복잡하고 많아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을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듯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만, 종교화라는 제한성이 다른 일반회화나 작업을 하시는 작가들처럼 전시한다거나 작품활동을 활발히 하는 것이 제약이 많습니다.
또한, 동국대학교 불교미술학과가 생긴 지 40년이 되었으나, 전통불화로 사찰로 봉안되는 작품을 그리는 작가 대신, 일반적으로 말하는 작가를 해보겠다고 세상 밖으로 나와 전시를 하고 활동을 하려는 작가는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처음에 제가 그런 작가가 되어 보겠다 했을 때 다들 말리는 분위기였습니다. 개인전을 하려 해도 초대전은 고사하고 대관을 하려 할 때도 전통회화라서, 또는 불화라서 대관조차 안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홍보하는 데도 어려웠습니다.
작년에 운 좋게 인사아트센터 1층에서(개관이래 전통회화가 특히 불화가 1층에서 전시한 것은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늦었지만 첫 개인전을 한 후 불화작가도 있다는 것을 알려졌다는 것이 감사합니다. 또, 새해 첫 전시를 장은선 갤러리에서 초대받아 진행하게 되어 감사합니다.

Q. 작품의 특성상 종교(불교)와 관련된 곳에서 작업한다거나, 작품의 소장처 역시 종교기관이 다수일 것이라 예상되는데요. 실제로도 그러한가요?

A. 대학원 다닐 때 다른 선배님의 작업실에서 3년간 일하기도 했습니다. 졸업 후 사찰로 봉안되는 그림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불화는 예배용 불화, 교화용 불화, 감상용 불화가 있는데, 일반인들이 많이 보는 그림은 사찰에 봉안된 예배용 불화가 대부분일 겁니다.
저는 감상용 불화를 그리고 싶습니다. 사찰로 봉안되어 예배대상으로서 많은 불자의 염원을 기도할 수 있는 불화를 그리는 것도 의미가 아주 큰 일이긴 하나, 불교회화를 경배의 대상일 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예술로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친숙히 다가서고 싶은 것이 제 목표입니다. 고려 불화를 보면서 모든 사람이 아름답다 느끼는 것처럼, 그런 불화를 제대로 그리고 싶습니다.

Q. 불교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밑바탕 되어야 작업을 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불화를 대할 때 일반인들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상식적인 부분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A. 불교회화는 어려운 경전의 내용을 그림으로 도해한 것이라 경전이나 교리는 기본적으로 아는 것이 당연한 사실입니다. 또한, 주제가 정해지고 등장인물조차 정해져 있어 창작의 자유가 많이 제한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동국대학교 불교미술학과에서는 실기는 물론이고 이론에 대한 공부도 많이 하고,
석사과정, 박사과정은 미술사적인 논문으로 졸업합니다.
점안식이라는 미술작품에서 예배대상이 되는 의식을 하기 전에는 내용이 불교적 도상인 것을 제외하고는 일반적인 회화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것 그 자체로 받아들이셨으면 좋겠습니다.

Q. 미술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요? 부모님은 화가가 된다고 했을 때 어떤 반응이셨는지요?

A. 화가 되겠다고 말하고 칭찬받는 그런 집안이 있나요? 들어본 적이 없어서요.
사실 부모님께 인정받은 지 일 년정도 됐습니다.
미대는 나왔고, 대학원 다니며, 강의는 수년간 했으나 이렇다 할 결과물을 보여준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작년 개인전을 시작으로 지금은 적극적인 격려를 해주십니다.

Q. 전업작가로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있으신가요?

A. 지금입니다.
전업 작가로 인정받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서있는 듯 합니다.

K-DragonⅦ_한지에 채색, 금박_61×41cm_2011

Q. 작가님의 작품이 다른 작품들과 다른 특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부처님이 늘 등장하십니다. 불화는 한국화의 채색화 범주에 속합니다. 채색화에서도 진채화이지요. 진채화 중에서도 가장 진한 진채화일 겁니다. 또 그림에 금을 사용하지요.
아마 제 그림도 그럴 겁니다.

Q. 작업 이외의 취미나 활동이 있으신지요?

A. 한때 취미란에 "그림 그리기"라 쓰기 뭐해서 사진을 찍어보려 했으나 진득하지 못하고,
책을 읽어보려 했으나 잠이 막 오고... 거의 이런 식인 듯한데요.
사실 이번 학기는 본의 아니게 강의 시수가 많아서 학교와 작업밖에 하지 못한 듯하네요.
뭐 지인들도 다 살아있음만 확인하는 정도입니다. 작업 이외는 학교 강의 나간 것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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