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ARTS
  • 인터뷰 날짜 : 2011.11.18
  • 인터뷰어 : 김남은(신힌갤러리 큐레이터)
  • 글 작성자 :
  • Q. 첫 개인전을 끝내고 어떻게 보내셨는지 궁금합니다.

    A. 작업실에 나와서 스캇펙 박사의 '아직도 가야 할 길'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처음으로 치른 개인전이기도 했고, 여러모로 체력적, 정신적으로 충전이 필요했는데, 책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남은 시간엔 주로 집에 있거나, 친구들을 만나기도 하며, 소소하게 보냈습니다.





    몸짓3_광목에 아크릴, 흑연_22 x 27cm_2011


    Q. <너와 나의 몸짓들>은 어떠한 전시였는지 소개 부탁합니다.

    A. 처음 하는 전시였고, 예상치 못한 시기에 하게 된 전시라서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저에게 있어서는 제 작업을 구체적이고 본격적으로 생각하게 된 전시였습니다.

    Q. 작업의 모티프가 ‘승무’에서 오기는 했지만, 단순히 그 ‘몸짓’을 그리는 것만이 작업의 목적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을 통해 궁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나요?

    A. 제가 작업을 하는 이유도 그렇고, 작업의 기본적인 바탕은 '사랑'입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소재는 승무를 추고 있거나 혹은 그와 비슷한 형상의 이미지로,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물고기의 지느러미와 승무에서 ‘흩날리는’ 장삼 소맷자락의 새하얀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전시의 작업은, 그동안 제가 성장하면서 은폐시켰던 부정적 감정들에 조금 더 주목하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은폐시켜 두었던 다소 불안하고, 어두운, 나약한 내면의 것들을 들추어내고, 인정하는 과정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삶을 긍정 하고 이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정리하자면, 저의 그림에서 움직임은 '생(生)에의 의지'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군요.

    Q. 움직임에 대한 디테일보다는 생략된 기법과 추상화된 형상으로 인해 관람자들이 다양하게 해석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관객들의 반응이 어떠했는지 궁금합니다.

    A. 네, 저도 항상 그 점이 궁금하고 재미있기도 한데요, 예를 들면 <몸짓들1>과 같은 작업의 경우, 저는 두 생명체가 만나서 함께하고 있음을 그렸으나, 많은 사람은 성기와 음모라는 성적 상징물로 해석하기도 하더군요.

    Q. 도록에 들어간 글귀들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작업 때 마다 시를 쓴다고 하셨는데 도록에 삽입되지 않은 것들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A. 추후 발표하고 싶습니다.





    몸짓8_광목에 아크릴, 흑연_32 x 41cm_2011




    Q. 작업에 대한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많이 받는지 궁금합니다.

    A. 제가 관심 있는 건, '삶'에 관한 부분입니다. 제 삶에서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의 비중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생각들이 여행이나, 음악, 책,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다시 한번 걸러지고, 이야기들이 정리되고, 확고해지면 제 이야기가 되고, 작업으로 옮겨지게 됩니다.

    Q. 작업하지 않을 때에는 주로 무엇을 하면서 보내시나요? 좋아하는 것들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A. 주로 영화나 일본드라마를 자주 봐요. 책도 읽고 친구들도 만나고, 혹은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소소한 경제 활동(아르바이트)도 하는 둥 다소 바쁘게, 때로는 평범하게 보냅니다.

    Q. 좋아하는 화가나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A. 함양아 작가의 작업을 좋아해요. 함양아 작가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에 관해서 다양한 매체의 형식으로 표현하고 있는 작가인데요, 그러한 표현형식이 다양하고, 삶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통찰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면, (작품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암스테르담 거리를 작가가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데, 유난히 암스테르담에 여성의 머리고무줄이 많이 떨어져 있다는 걸 발견해요. 이러한 신기한(?) 현상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작가는 이 고무줄을 하나 둘 모아 국가 유전자 감식원에 의뢰를 하게 돼요. 그러니까 작가에게 암스테르담 길거리에서 주웠던 고무줄은 단지 고무줄이 아니고, 누군가의 머리, 누군가의 삶으로부터 나온 일부였던 것이에요. 최종적으로는 작가가 암스테르담에서 모았던 고무줄 50여 개와 유전자 감식원으로부터 받은 증명서 등을 전시하게 되죠. 이 전시는 제가 대학 시절, 나는 어떤 그림을 그려야(어떤 예술가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한참 고민하고 있을 때, 저에게 신선한 해답을 준 전시였어요. 작품의 완성도, 작품의 형식, 전시의 형태 이 모든 것들보다 중요한 건, '작가가 어떤 고민과 통찰력(사회를 바라보는 안목 같은)을 갖고 작업에 임하느냐' 라고 생각하거든요.





    몸짓들1_광목에 아크릴, 흑연_22 x 27cm_2011


    Q. 전시가 끝나서 생각이 더욱 많아졌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작업에 대한 계획이나 구상하는 것들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A. 언제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손재주가 좋은 그림쟁이가 되지 말자'는 것이에요. 그리고 앞으로 하고 싶은 형식의 작업은 관객과 함께 소통하고, 아무런 형식과 제한이 없는 형식의 것들이에요. 예를 들면, 제가 예전에 동티모르에 갔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아이들과 헤어지면서 아이들이 들려준 노래가 있어요. 서울에 돌아와 어느 날 그 노래를 듣는데, 언어는 달라도 목소리의 떨림, 숨소리, 음정 속에 묻어나는 감정들이 느껴지면서 아이들이 불러준 그 노랫말이 가슴으로 쏙 들어왔어요. 예술 또한 그런 것 같아요. 언어와 인간세계의 모든 것들을 초월하는 힘이 있어요. 이러한 지점을 표현하는 예술을 하고 싶어요. 예술을 통해 아름답고, 자유를 꿈꾸는 것이 가능하다는 걸 작품을 통해서 말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공유하기

MYAR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