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동양화와 판화를 전공하고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계시는데요. 현재의 작업은 어떻게 시작이 되었나요?

A. 알고 보면 저의 작품은 전공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작품 속 이야기가 동양사상을 담고 있으며, 대중성 있는 복수 예술의 형태인 판화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미술표현에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습니다. 작가가 가장 잘 다룰 수 있고 표현하고자 하는 작품과 적합하다면, 어떤 것이든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작가활동 이전에 캐릭터 디자이너였습니다. 동양화를 전공하면서, 동양적인 소재를 캐릭터화했는데, 사람들이 흥미롭게 봐주기 시작했고, 그게 작가생활의 초석이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여러 전시를 하게 되었고, 저만의 작품 스타일에 차별성을 주기 위해, 한국적이고, 스토리가 있는 작품을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Q. 코인맨과 달마도라는 캐릭터로 시리즈 작업을 하시는데요. 탄생 배경과 스토리를 자세히 부탁합니다.

A. 우선 달마도부터 설명하자면, 물질과 정신의 균형과 조화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저마다의 가치를 지니고 있고, 사람들의 행복의 기준과 가치관도 절대적인 것입니다. 쉽게 풀어서 이야기하면, 남들이 뭐라 해도 본인이 좋으면 좋은 것이고 본인이 싫으면 싫은 거입니다. 하지만 세상을 살펴보면, 자신의 가치관과 상관없이 물질적으로 우열이 나누어진 것들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고급 명품과 저급 브랜드가 함께 공존합니다. 여기서 주관적 기준과 객관적 기준이 생기는데 만일 주관적인 기준만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면, 조화되지 못하고 답답한 사람으로 보일 것이며, 객관적인 기준으로 우월한 것만 쫓아간다면, 내실이 모자랄 것입니다. 이 두 가지가 조화되고 균형을 이룬다면, 가장 이상적이겠지요, 정신적 해탈을 상징하는 달마와 물질을 상징하는 브랜드가 함께 공존하는 모습을 저만의 달마도를 통해 표현해 보았습니다.
코인맨은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보기 위해서 시작했습니다. 작가와 대중이 지속해서 동참하며 연속성을 같은 형식의 작품입니다. 그래서 `캠페인 아트`라고 장르 이름을 붙였습니다. 코인맨은 동전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입니다. 동전은 물처럼 순환합니다. 지금 나의 주머니에 있는 동전은 이곳저곳을 거쳐 또 다른 어딘가로 계속해서 모험을 떠납니다.
코인맨 작품 시리즈도 마찬가지입니다. 코인맨 작품은 작품 전체가 라인으로 연결되어있습니다. 그리고 그 라인에 그려진 코인맨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세계 일주를 하고 있습니다. 작품을 관람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작품 일부가 된 것이죠, 이렇게 여행이 끝나면, 이번에는 관객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동전을 직접 코인맨 박스안에 넣습니다. 그리고 상자 안에 모여진 관객의 동전은 미술관 밖으로 나가 여행을 계속합니다. 그 여행의 모습은 저의 블로그(http://blog.naver.com/popartstart)에서 계속 연재가 되어 언제든 관람 가능합니다.
이렇듯 관객과 함께 작품에 참여하는 과정이 발생하고 작품관람 후에도 온라인을 통해 지속해서 함께 하는 것이 코인맨의 이야기입니다.

Q. 지금 한국 현대미술은 팝아트 전성시대라 보아도 과언이 아닌 듯합니다. 팝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작품의 남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A. 말씀처럼 정말 젊은 작가들이 미술관과 갤러리에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대중적인 작품들이 유행하면서, 저 또한 미술계에서 활동할 좋은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의 개인적인 관점으로는, 한국의 대중예술은 미국이나 유럽의 팝아트, 혹은 일본의 우키요에처럼 그곳의 시대와 역사 속에서 자연스레 형성되고, 발전하였다기보다 아직은 외국에서 이미 형성된 것에 대한 영향력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의 작가들이 그것을 수용하기 시작하면서, 지금의 상태에 이른 것 같습니다. 제 작품의 다른 점을 말하자면, 동양적인 사상이나 한국적 소재, 문화의 근간이 작품의 모티브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시도한 것입니다. 이러한 시도를 거듭하고 노력한다면, 결국 한국대중예술 성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재미있는 작품’이라는 평이 많습니다. 이런 관객들의 반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작품을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A. 재미있는 작품으로 봐주셔서 저 또한 즐겁습니다. 흥미를 느낀다는 자체가 소통의 결과라 믿습니다. 저의 작품 속 소재는 다양하지만 결국 전달하려는 것은 `소통`입니다. 공감할 수 있는 형식을 취해서 서로 이해하는 과정이 제 작품 속 전체 메시지 입니다 .


Q. 작품의 변천과정을 말씀해 주세요.

A. 처음에는 그냥 평면적인 작품만 시도하다가 미디어 아트, 인터렉티브 아트 등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현재 `캠페인 아트`라는 새로운 장르도 시도하는 중인데, 현재 무엇인가 이룩한다기보다는 우선은 저 자신이 즐거운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미술을 시작하게 된 계기. 전업 작가로서 집안의 반응은 어떤가요?

A. 미술은 특별히 시작해야겠다고 한 것이 아니라, 저 자신도 시작점을 모른 채 자연스레 진행 중이었습니다. 작가라는 직업도 결심한 것이 아니라, 어느 날 작가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집안의 반응은 걱정은 하지만, 저에 대한 믿음이 더욱 확고합니다. 가장 힘이 되는 것은 어머니께서 정신적으로 도움을 많이 주시는 것입니다.

Q. 본인의 전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는 무엇인가요?

A.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달려~! 코인맨`을 전시한 것입니다. 이 작품은 관객이 작품을 따라다니면서 체험하고 반응하는 것이 중심이 되는 작품입니다. 그래서 관객과 동참할 수 있는 과정을 유도하기 위해 많은 준비와 고민을 했고, 전시 전까지 사실 얼마만큼 반응이 올까 하는 조금 초조한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시가 시작되고, 관객들이 작품 속에서 자연스레 융화되어 즐기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너무나도 신기했고, 좋았습니다. 전시 후 관객들이 작품을 너무 많이 만져서, 작품 색이 바래져 나갔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Q. 전시하고 싶은 공간이 있으신가요?

A. 많은 대중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 어디든지 좋습니다. 세상 어느 곳이나 즐거울 수 있다면 `전시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정말 재미있는 기획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본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성격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A. 호기심이 많아 변덕이 심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것저것 많은 시도와 생각으로 어수선해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모순되게 보일지 몰라도 사람이나 일적인 부분은 익숙한 것을 좋아합니다.

Q. 취미나 그림 이외의 특기가 있으신가요?

A. 요리에 자신 있습니다. 너무 특이한 음식 말고는 한번 먹어본 음식은 나름 재현해 내는 편입니다. 나중에 요리를 가지고 작품을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Q. 앞으로의 작업과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A. 우선은 작가생활을 꾸준히 온 힘을 다해 나아가는 것입니다. 모두가 참여하고 소통 가능한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것을 위해서 날마다 매우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생각합니다. 기회가 올 때마다 적절히 선을 보일 것입니다. 그리고 나이가 많이 들어 저에게 힘이 생긴다면, 우리나라 여러 아티스트들이 좋은 여건에서 창작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