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ARTS
  • 주원영
  • 시공간을 넘나드는 창작의 타임머신
  • 2011.12.19
  • 인터뷰 날짜 : 2011.12.05
  • 인터뷰어 : 김연숙
  • 글 작성자 :
  • Q. 테이핑 드로잉 작업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런 벽면 드로잉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셨는지요? 전시가 끝난후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실 것 같아요.

    A. 몇 년 전 중국의 오래된 마을을 여행한 것이 있습니다. 명, 청나라 시대에 돌로 지어진 마을이었는데, 벽과 벽 사이의 미로 같은 골목길 사이로 빛바랜 돌 벽을 마주하고 있었습니다. 그 벽에 긴 시간 주적된 뭔가로 인해 이면의 아득함을 느꼈습니다. 그 이후 저는 벽을 막힘이 아니라 앞과 뒤, 과거와 현재가 투영되어 있는 대상으로 생각합니다. 벽으로부터 느껴진 것에서 테이핑 작업을 하거나, 평소 해놓은 다양한 드로잉과 처해진 공간과 좋은 관계가 느껴질 때 작업으로 옮깁니다.
    스치는 순간 보는 사람의 소양에 의해서 내면적 시공간이 생성되고 사라지듯 테이핑 작업도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면 전시 후 사라지는 것도 그다지 아쉽지 않습니다.





    소리없이 090722  91.0 x 72.7cm  Burnt Wood, Acrylic on canvas  2009


    Q. 작품 속 공간에 보이는 계단과 같은 이미지는 어딘가 연결되어 있는 공간으로의 이동을 의미하는 건가요? 이를 통해 관람자를 이끄는 곳은 어디라고 생각하시는지?

    A. 보는 관객 개개인의 내면의 마당으로 연결된다면 좋겠습니다. 존재하지 않지만 바라보는 순간 생성되는, 여기이기도 하면서 마음속 ?은 곳에 침전된 공간, 느끼고 싶은 무한의 공간이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Q. 작품 속 공간들을 자유롭게 떠다니듯 보이는 다양한 입체 이미지들을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어떤 풍경이나 상황에 처해질 때, 순간순간 내면에서 다양한 익명체가 생성되고 이러한 것들이 중첩되는 것을 나타내 보려고 했습니다. 벽면의 드로잉은 관계 맺어왔던 시공간의 중첩됨을 미니멀하게 나타내었다면, 입테 이미지는 이에 반응하면서 생성된 내면의 익명체들의 중첩됨이라 할 수 있습니다.

    Q. 작가노트에서 대기를 검은 연기로 표현하셨는데요. 이 대기를 좀 더 자세히 소개해 주세요.

    A. 대학 1학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거의 매일 A4 용기에 목탄 드로잉을 해왔습니다. 이름 붙여지기 전 자연의 모습이나, 대지가 하늘을 느낀다면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해 보는 순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네발이 포유류가 걸으며 땅의 고요를 느낀다면 포유류의 동물과 땅 사이에서 생성되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뭔가와 뭔가의 사이에 흐르거나 감싸고 있는 것을 나타내었습니다. 대기 또한 이러함을 아우르고 있는 듯해서 이 낱말을 사용했습니다. 결국 대기 속에서 피어나고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대기는 살 속에도 있고 등 뒤 하늘을 포함하는 무한의 영역인 듯합니다.





    소리없이 100902  162.2x130.3x20cm  mixed media acrylic on paper  2010




    Q. [문 앞에서] 혹은 [소리없이]라는 제목의 의미가 궁금합니다.

    A. 소기가 사라지는 순간은 보는 자와 보이는 것의 시선의 순환이, 서로 응시의 관계로 균형있게 처해진 상황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소리가 사라지는 순간들이 내면으로 침전되었다가 어느 순간 다시 되새김질되기도 합니다. 이런 순간들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영화 `하울의 성`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보면 어떤 문을 여는 순간 다른 시간과 전혀 다른 상황의 시공간으로 들어서게 됩니다. 작업 행위를 하는 몸이나 작업의 결과가 미래나 과거를 잉태하는 것 같은 막연한 생각도 있고, 드로잉에서의 문의 이미지가 나타나기도 해서 제목을 이렇게 붙인 것입니다.

    Q. 액자 프레임 속 작품이 아닌 전시장과 일체가 된 작품으로 키미아트에서 전시하셨는데요. 앞으로의 작품 게획에 대해서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요즘은 영상작업에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영상을 이용해서 전시장이라는 공간을 어떻게 연출하느냐라는 점이 이전의 작업과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설치, 평면회화를 병행하면서 전시장에 들어섰을 때, 관람자의 몸과 마음에 좋은 영향을 주는 작업을 했으면 합니다.

    Q. 현재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시는 일도 하고 계신데료. 아이들과의 소통을 통해 작업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으신지요?

    A. 이 질문을 받는 순간 좀 더 소통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누군가와 소통을 한다는 것은 마음의 시야가 더욱 투명하게 됨을 뜻하니까요. 미술수업 중 아이들의 작품에서 환한 감동을 받을 때가 있는데 이런 때가 진정한 소통의 순간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러한 것들이 좋은 에너지로 작용할 수도 있겠지요.

    Q. 작가와 교직이라는 쉽지 않은 직업을 병행하고 계신데요. 어려운 점이 많으시리라 생각됩니다.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A. 교사라는 직업이 시간과 정신을 다소 고갈시키는 것 같습니다. 교실에서의 리듬과 작업실에서의 리듬이 다르고, 에너지 왕성한 30여명과 같은 공간에서 아침부터 오후까지 보내면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 아실 거라고 생각됩니다.





    소리없이 100621  220x350x25cm  mixed media tape  2010



    Q. 작품 구상을 위해 특별히 즐기시는 취미나 활동이 있으신가요?

    A. 앞서 말씀드렸듯이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특별한 취미를 가진다는 것은 어렵습니다.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으로 음악듣기와 차 마시기, 그리고 에너지가 떨어지는 듯하면 산에 가곤 합니다. 산은 인가가 보이지 않는지리산이나 설악산을 주로 다니는데, 시간이 나지 않을 때는 도봉산을 오릅니다.

    Q.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시회를 이어가면서 구체적인 계획은 상황에 맞게 세워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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