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ARTS
  • 인터뷰 날짜 : 2008.12.16
  • 인터뷰어 : 최희경
  • 글 작성자 : 나비
  • “색을 올리는 것도 그렇고, 바느질도 그렇고, 생각보다 선을 한번 긋는 시간과 송곳으로 뚫고 들어가서 다시 나오는 작업은 시간이 몇 배가 걸려요. 바느질이 시간도 많이 걸리고 생각보다 고된 작업이라 힘들긴 하지만 한 20년 넘게 작업을 하다 보니 이제는 ‘안하면 안되는 것’이 되어버렸어요. 안하면 오히려 불안하더라고요. 그게 꼭 잘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작업을 해야지 마음이 편해지거든요.”




    About Wish 0821  65 x 65cm  mixed coloring on Korean paper  2008

    한 땀 _ 한 땀 _ 한 땀. 한지 위에 실이 오간다.
    앞에서 뒤로, 뒤에서 앞으로. 이렇게 한 땀, 한 땀이 모여 선이 된다.
    그리하여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평면이 입체감을 갖게 된다.
    이것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모노톤의 색감으로 차분하게 다가온다.
    20년 넘게 바느질 작업을 하고 있는 화가 김순철의 작품이 그러하다.

    바느질. 이 바느질이라는 것은 참으로 오묘하다. 화면을 앞 뒤로 뚫고 지나가면서 형태를 만드는데 어쩜 앞과 뒤가 그렇게 다를까? 항상 깔끔하게 정리된 앞과 비교할 때 뒤는 어떠한가? 실 매듭을 비롯하여, 과정의 모든 흔적들이 뒤엉켜있다. 끊어짐과 이어짐의 반복이 만들어낸 엉킴들이 가득한 뒷면이, 오히려 더 살아 있는 느낌이다.
    이거 참. 우리네 인생과 닮았다. 겉으로는 항상 정리된 모습으로 살려고 노력하지만 알고 보면 마음으로는 수많은 시련과 싸우고 있으니 말이다. ‘실’이라는 중간자가 이것을 잘 말해준다. 앞뒤로 오가며 내면과 외면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면서. 작업하는 과정이랑 살아가는 과정이랑 똑같다고 한 그녀는, 그래서 결과보다 과정에 더 의미를 둔다. 그녀에게 바느질은 곧 내면을 성찰하고 반성하는 과정인 것이다. 박노해 시인도 ‘이불을 꿰매면서’ 부끄러워했듯이.

    About wish. 말 그대로 ‘바램’이다. 담담함 바램. 일상적인 바램.
    일상에서 갖는 담담함 바램들에 대한 생각들이 담긴 이미지로 그녀는 항아리, 의자, 꽃 아니면 그릇에 담긴 과일 등으로 표현한다. 그녀가 원하는 바램들은 이렇게 밝고 따뜻한 이미지이다. 그녀는 항아리(혹은 도자기)를 그린 것 같지만, 항아리의 형태만 빌어왔을 뿐 항아리는 아니라고 한다. 그냥 무언가 담겨지고 비워지는 그릇과 같은 형태인 것이다. 가득 채워 질 수 있고, 가득 채워지면 비워 낼 수 있는 것이 항아리이고 그릇이다.
    욕심은 덧없는 것이기에, 채워지면 또 비워 낼 용기가 있기에, 그녀의 작품에서는 소박한 아름다움이 묻어난다. 이것이 바로 그녀가 원하는 마음 속의 바램이 아닐까.
    항아리와 같은 그윽함.




    About Wish 0793  40 x 40cm  mixed coloring on Korean paper  2007

    “겉으로 표현하지 않지만 속은 항상 엉망인데 작업을 하다 보면 바느질 하는 과정을 통해서 치유 되는 것 같아요. 마음에 안정이 되고요. 그래서 제 작업은 마음의 복잡한 것들이 스스로 정화되는 과정이에요. 제 작업을 한마디로 설명을 한다고 한다면 ‘치유’와 ‘자정’이죠. 그 치유가 나 자신도 치유하고 보는 사람들도 치유해 주었으면 해요. 앞으로 사람들이 제 그림을 보면서 편안함을 느끼고 그 과정에 대해서 깊이 공감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공유하기

MYAR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