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ARTS

작가

작가 인터뷰

하용주
0200 하용주 입니다
2009.10.01

인터뷰 날짜 : 2008.10.05
인터뷰어 : 최희경
글 작성자 : 나비

가스마스크를 그리는 작가, 하용주.
‘가스마스크’ 없이는 절대 그의 작업을 논할 수 없다. 인간에게 필요한 소통의 매개체로서, 그가 가스마스크를 절대적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작업의 원론적인 주제로 인간 본성에 관한 것, 그중에서도 타자와 나, 나와 타자 사이의 감정적인 부분이나 소통에 관한 것들을 다루고 있다. 소통을 하면서 서로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인간의 이미지를 가시화 하는데 가스마스크는 어떠한 의미일까? 그는 왜 다양한 소통의 도구 중에 자신을 감추는 가스마스크로 위장을 한 것일까?

그가 위장하고 있는 이야기는 이렇다.

거대한 위장 200 x 710cm 한지에 채색 2008

위장 #1. 가스마스크
“마스크는 전쟁 중에 만들어진 도구잖아요. 외부의 독소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기 위한 도구. 인간이 원하는 공기를 걸러서, 필터를 통해 전달해 주는 도구죠. 전쟁의 역사가 곧 인류의 역사거든요. 어떻게 보면 사람들에게 거부 시 되는 이미지이긴 하지만 전쟁의 역사, 인류의 역사 속에서 방독면은 너무나 친근한 소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인간관계에서 방독마스크의 이미지는 중요시 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심리적인 마스크로 생각한 거죠. 타자와 소통하기 위해서 보이지 않는 심리적인 마스크
는 필연적이거든요. 인간이 혼자 살지 않는 이상 마스크는 분명히 존재한다는 거죠. 마스크는 그러한 의미로 제 작업에 사용되고 있어요. 인간관계에 있어서 소통의 중간과정이라고 할까? 심리적인 렌즈와 필터를 통한. 심리적인 필터와 렌즈는 개개인의 태어난 환경과 어떤 경험을 통해 생성되고 각기 다른 모양으로 만들어지고 있죠. 만들어진 모양이라던가 걸러지는 방법이라던가 하는 것은 각기 다르지만 외부에서 봤을 때는 익명화된 마스크로 철저히 자신을 감추고 자기가 원하는 것만 빨아들
인다는 심리적인 마스크인 거죠.”

위장 #2. 숫자
“작품에 등장하는 숫자들은 제가 만들어 놓은 함정이에요. 예를 들어 ‘91개의 가스마스크’ 라는 작품에는 방독면을 쓴 여러 군상들이 있는데 사실은 91명이 아니예요. 한 97명 되나? 그런데 91이라고 한 것은 별다른 의미가 없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91에 특별한 뜻을 찾으려고 하거든요. 아무 의미가 없는데도 말이죠. 이미 마스크 자체가 대량 생산된 레디메이드 제품이라서 저는, 익명화되고 대량화 된 주체성이 없는 그런 것들에 주목하고 싶었어요. 이게 91명의 가스마스크던 100명의 가스마스크던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거예요. 익명의 마스크니까. 하나일 때는 좀 틀리겠지만 여러 개의 복수가 됐을 때는 아무 의미가 없는 거죠. 여러 개의 가스마스크는 그저 의미 없는 익명의 가면, 즉 하나의 방법론인 셈이죠.”

“0200은 첫 개인전 때 많이 사용했는데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숫자예요. 남들에게는 정말 의미 없는. 하지만 저에게는 의미가 있는, 그런 숫자죠. 사람들에게는 0200이라는 숫자보다 다른 형태, 다른 기법으로 표현된 것에 의미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겠죠. 그것이 단순히 숫자로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아, 0200 그 숫자의 의미는 지금 저만 간직하고 싶어요. 나중에 다른 작업을 통해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때 공개 할게요.”

위장 #3. 한국화
“저는 한국화의 채색화 작업을 하지만 그 작업 안에 수묵기법과 채색기법이 교묘하게 어우러져 있어요. 제 작품을 처음 보면 강렬한 색감이나 마스크 이미지에 먼저 현혹 되지만 계속 응시하다 보면 그 안에 숨겨져 있는 먹 선이나 먹의 농담들, 그런 느낌이 더 도드라져 보이게 된답니다. 일차원적으로 채색된 면이 있지만 그 안에 먹의 느낌이 감춰져 있어요. 마스크 자체가 위장의 의미를 갖고 있기도 하지만 작업의 기법적인 면에서도 어느 정도 위장의 느낌이 담겨 있는 거죠. 작품 안에서의 위장.”

GASMASK0200(전환점) 60 x 80cm 한지에 채색 2007

위장. 우리는 현재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 익명화 된 사회 속에서 그렇게 위장한 채로. 작가 스스로도 위장했듯이. 하지만 이제 그 자신도 사회에 적응하려는 입장이기에,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가스마스크’를 벗고 활보하는 자들을 비판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사회를 기록하는 입장으로 시각을 바꾸었다. 관찰자적 시선으로 바라본 우리의 모습은 과연 어떠할까? 자신과 동일시 되던 ‘가스마스크’라는 소재의 유.무와 상관없이 자신의 뜻을 전달 할 수 있는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는, 그 자신감이 0020 하용주의 다음 작품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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