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봄기운이 느껴지는 화려한 색채를 사용해 작업하시는데요.
이렇게 단발머리 소녀를 소재로 한 작품의 시작은 언제부터인가요? 작품에 대한 소개 부탁합니다.

 

a. 일반적으로 화가들이 꽃과 여성을 주제로 많이 그리지만, 단순히 아름다워서라기보다는 그 아름다움을 가지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있어서라 생각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사람을 파괴하면서 외모보다는 내면적인 것을 회화적으로 풀어갑니다.
시간상으로는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2004년 양평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생각을 글로 써서 이것을 스케치하는 작업을 하게 됩니다.
꽃은 피기 위해 여러 가지 자연의 재난을 이겨내야 하고 여성 역시 겉만 치장해서 아름다워지는 것이 아니고 2세를 위해서 고생하는 것들을 생각하면 시간과 공간을 모두 마음에 담아 보리고 초연한 척하는 것이 여자라고 봅니다.
여성 중에서도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불특정 다수의 일반적인 60~70년대 여성입니다. 그 시절 여성들은 집안의 남자들을 위해 희생하면서도 억울해한다거나 원망하지 않고 감수한 사람들입니다.
그 시절의 여성들을 표현하고 축복해 주고 싶었습니다. 그 축복을 위해서 봄에 피는 꽃을 함께 그려서 그들의 아름다움을 부각시키고 싶었습니다. 단순화된 형상의 의상과 최소한의 표정과 포즈, 그리고 높은 채도의 색상을 통해 아름다움을 극대화했습니다.
새와 나비, 비행기, 자동차와 같이 이동수단은 그녀들의 꿈을 담아 보낼 수 있는 '생각의 교통수단'을 표현했습니다.

 

q. 예체능을 하기가 쉽지 않은 세대였다고 생각합니다. 미술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가난해서 더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어머니께서 생계를 위해 도시로 나가게 되시면서 저는 외가댁에서 자라게 되었습니다. 전남 청산도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는데, 그곳이 서편제와 봄의 왈츠를 찍은 곳입니다. 슬로우 시티 1호로 아주 원시적인 섬입니다.
제 그림의 근저가 되는 아름다운 곳입니다. 주로 땅바닥이나 평나무 밑에 그림을 그렸어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이 그림을 그리된 계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제적인 것과는 관계없이 절실한 마음이 바탕이 되었다고 봅니다. 또 제 그림을 보고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사회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였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 어려우셨을 것 같습니다. 가족들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a. 먹고 사는 것에 대해서는 철이 없어서 그랬는지 별로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경제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때론 남편의 역할도 어렵고, 이것에 초연해지기까지는 세월만이 답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그림에 재능 있었던 주변 친구들이 포기하고 재단 측에서 일하거나 글을 쓰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경제적인 여건 때문에 그림을 포기한 사람들의 몫까지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더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q. 작품의 주요 소재가 소녀인데요 참고하시는 모델이 있으신가요? 얼굴이 다 달라 보입니다.

제가 자주 쓰는 용어로 '절절한 그리움'이 있는데 이것을 그림으로 얼마나 표현했느냐에 따라서 다른 것 같은데, 공통적으로 우리들의 오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때그때 달라서 다작을 할 수 없습니다. 가슴 속에 담아 두었던 것을 메모해 두었다가 보면서 그리기 때문에 한 작품씩 그리게 됩니다.
배경도 남도의 황토색 풍경인데, 주로 남도 출신들이 많이 다룹니다.

 

q. 꾸준한 활동을 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슬럼프를 경험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있으시다면 어떻게 극복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작가는 늘 죽었다 살았다 하는 것 같습니다. 작품을 그려놓고 10분간 행복해 하다가 100일간 실패의식을 가집니다. 피카소는 그림을 그리는 이유를 'next on'이라고 했습니다. 다음 작업을 위한 그림이라는 뜻이지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열심히 그립니다. 늘 못마땅하니까요.
조금씩 더 잘 그리고 싶다는 마음에 계속 그리게 되고 발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강의 때문에 작업 시간이 부족하진 않으신지요?

 

a. 그래서 일주일이 7일이면 최소한 반 이상은 작업을 해야 프로라고 생각해서 수업을 2~3일 이하로 합니다.

 

q. 그림 그리는 시간 외 여가 시간은 어떻게 활용하시는지요?

 

a. 없어요. 예전에는 그림을 위해서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많이 포기했습니다. 지금은 조금 느리게 그리고 삶을 즐기고 싶습니다. 요즘은 작업실 주변을 하루에 한 번씩 산책하는데, 무척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