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ARTS
  • 박두리
  • 비가시적 세계를 품은 가시적 세계
  • 2013.06.25
  • 인터뷰 날짜 : 2012.09.07
  • 인터뷰어 : 김연숙
  • 글 작성자 : 김연숙





  • q. 인사아트센터에서의 전시 <숲의 비의>에 대한 소개 부탁 드립니다.

    a. 만물은 대지를 바탕으로 생성과 소멸을 거듭합니다. ‘나’라는 존재는 대지 위에서 중심이며 주인인 셈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때로는 자신의 존재감을 잃고 방황합니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자괴감과 고독감 그리고 불안감을 떨칠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저는 작품을 통해 생명존재의 고귀함을 알리고 싶습니다. <숲의 비의>는 겉으로 드러나는 숲의 형상이 아닌 드러나지 않은 숲의 내밀한 비가시적인 세계의 현상들에 천착합니다.

    숲 속의 미물인 꽃, 대기의 흐름, 하물며 흙을 이루는 미생물이나 수분들까지도 그들의 존재를 위한 지난한 사투와 균형을 이루고 서로 소통하며 살아가고 있기에 생명이 깃든 모든 것들에 경외감을 가지게 됩니다. 그것은 대지의 순환에 기조를 둔 우주의 흐름과 공기의 움직임에 관한 무한한 시간과 공간의 역사일지도 모른다.

    드러나지 않는 비가시적세계, 무한한 우주의 섭리를 아우르고 싶은 나의 작업들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사회에 공헌하길 바란다. 이를테면 비가시적 세계의 무엇을 엿봄으로써 각자의 위치에서 살아가는 작은 몸짓들이 휴식의 공간을 마련하고 조그만 위로를 얻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q. 추상의 시작은 구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님의 작업 또한 처음부터 비구상 작업은 아니셨으리라 짐작합니다. 이전 작업부터 현재의 작업으로 진행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a. 1977년에 회화과에 입학해 사실적 표현의 구상회화를 접했고, 졸업후 몇 년간은 구상 표현에 몰입해 풍경, 인물등을 주로 다루었습니다. 그러다 나만의 독자적이며 메시지가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한동안 실험적인 작업에도 몰입해 오브제를 사용해 보기도 하고 추상표현주의에 매료되기도 했지만 항상 휴식을 주고 싶은 그림을 그리자는 일념이 있어 결국에는 형상보다 울림이 있는 그림, 영혼이 잇는 회화 작업에 귀착점을 두면서 보다 더 화면 깊숙이 들어가 보자는 생각에 현재의 작업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q. 대학을 졸업 후 중 고등학교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셨습니다. 1995년 교직을 부터이신 것으로 보입니다. 교사라는 안정된 직업을 포기하고 작가의 길로 들어서는 것은 큰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어떤 계기가 있으셨나요?

    a. 처음부터 작가의 길을 가고자 했지만 전업 작가의 삶은 불안정하기에 교사가 되었습니다. 교직에 있으면서도 작가의 길을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안정된 생활에 학생을 가르치는 것도 보람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늘 허전하고 쫓기는 듯한 불안에 시달려 원인을 찾아 보니 경제적, 정신적 풍요로움이 오히려 작가의 삶과 멀어지게 만든다는 생각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로써 그림을 좋아하던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강한 열망에 안정된 교직을 버리고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고 후회하지 않습니다.

     

    q. 이후 주변 상황에 많은 변화가 있으셨을 것 같습니다. 크게 달라진 점과 가장 어렵고 힘든 점은 무엇이었나요?

    a. 경제적 상황이 바뀜에 따라 생활에 변화가 있었습니다. 수입은 줄었지만 작업에 필요한 경비는 작업에 욕심을 내는 만큼 부담이 되었고, 부모님이나 지인들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전시를 해 작품을 팔아 재료비를 마련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에 시간강사와 학원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오히려 교직을 그만두었다는 자괴감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래서 온전히 전업작가로서의 생활은 스스로를 강하게 만들어야 했습니다.

    개인전도 꾸준히 해 23번째 치뤘고, 엄청난 규모의 벽화 작업도 여러 번 했습니다. 힘들었지만 노동을 수반한 예술행위의 짜릿함에 오히려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왠만한 대작도 두렵지 않았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여건이 지속적으로 주어짐에 감사했습니다.

    힘든 점은 경제적∙정신적∙육체적으로 투자한 만큼 보상받지 못하는 현실이 힘들지만 즐기고 있습니다.

     

    q. 구체적인 형태가 없고 뭐라고 설명해 놓지 않았지만, <숲의 비의> 작품을 바라본 관람객들은 마티에르와 색감을 통해 보여 주는 감각적 풍경을 통해 자연스럽게 숲을 산책하는 느낌을 받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처럼 작품을 통해서 관객들은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는데요. 작가님께서 관람객과의 소통에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작업의 발원지는 대지로부터 시작됩니다. 대지는 어머니의 품과 같이 모든 것을 품어주고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는 삶의 순리를 가장 자연스럽게 일러주기 때문입니다. 숲을 그리지만 내밀한 숲의 원천은 대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흙의 이미지를 바탕에 깔고 싶어 질감을 주면서 형상보다는 현상에 초점을 맞추고자 마티에르와 색감으로 아련한 이미지에 상상의 여지를 남겨두었으며 색감은 촉촉하면서도 편안하도록 노력했습니다.

     

    q. 작업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영향을 받으시는지 궁금합니다.

    a. 저는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보면서 시야에 들어오는 주된 것이 아닌 비껴있는 것들을 애써 보려 합니다. 예를 들어 연극 무대라면 주인공은 쉽게 눈에 들어와 신경 쓰지 않아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주인공 보다 그를 둘러싼 조연들의 몸짓이나 배경 등 무대를 둘러싼 공간이나 공기의 흐름을 느끼려 합니다. TV 속 스포츠 중계를 관람할 때도 관람석에 앉아 있는 사람의 모습이나 그들의 존재, 장소적 특성과 시간과 공간의 의미를 생각합니다. 이런 일련의 행동들이 비가시적인 드러나지 않는 세계에 대한 호기심의 발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q. 미술을 시작하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a. 어릴 때부터 그리기를 좋아했는데 혼자 놀기를 좋아했던 저는 종이만 보이면 만화를 그리고 흙장난을 즐겼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미술시간마다 칭찬을 받으니 매일같이 미술 시간만 기다렸고 자연스럽게 중고등학교시절 미술부 활동을 하면서 화가가 되는 것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습니다. 특히 고교시절에 만난 미술선생님 역시 의욕이 충만한 작가로써 남다른 애정으로 가르쳐 주시면서 작가의 길을 가길 종용해 주셨습니다.

     




    q. 앞으로의 작업은 어떻게 진행될 지 말씀해 주세요.

    a. 시각의 화면을 대하면 늘 그와 내가 누가 이기나 하고 견주는 듯합니다. 숲을 주제로하는 현재의 작업에 좀더 다각적인 사고로 깊이를 더하고 색감에 변화를 주고 또한 이론이나 계획된 화면보다는 영혼의 올림이 있는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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