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서울과 부산이라는 먼 거리를 오가며 꾸준히 전시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 이번 2012년 예이랑 갤러리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서울에서 작업하시게 되셨는데,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A. 사실 작가의 역할이 과거와 비교하면 많이 다양해지고 폭도 넓어졌지만 지리적이고 거리적인 부분 때문에 제약을 받아왔었어요. 쉽게 얘기하면 날개를 펼치기에는 문이 좁고 닫혀 있었다는 것이죠.아무리 인터넷 발달하고 시차가 좁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 우리 신체가 겪는 지리적 부담감은 결코 무시할 수가 없어요.

서울이라는 곳은 시대적인 변화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이에요. 그래서 비용적인 부분이나 시간적인 부분에 많은 출혈을 겪으면서도 서울 쪽에 전시를 고집했어요.이제 완전히 옮겼으니 이전의 이창헌이라는 작가와는 역할과 행보가 달라져야겠지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구체적인 생각은 아직 없어요. 작가로, 작품으로서 최대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을 하나씩 찾아 갈려고요.

 

 

Q. 초현실주의적 작품이지만 단순하면서도 귀여운 이미지를 사용해 부담감이나 거부감이 없습니다. 자유로운 상상력이 작업의 바탕이 되리라 생각되는데, 평소에 어떤 상상을 가장 많이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대부분 사람과 다른, 그래서 현실과 망상을 구분 못 하는 사람을 정신병자라고 부르지요. 그 부분에서는 저도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것 같아요. 다만 교육과 환경에 따라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두 번째 자아가 형성되어서 그 자아로 현실에서 살아가는 것뿐이죠.

너무 많은 상상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기 때문에 이렇다고 콕 찍어서 말하긴 어려워요. 최근 들어 가장 재미있게 상상한 것이 있다면 중력이 거꾸로 작용한다면 하는 것이죠. 철봉에 제가 매달려본 최대시간이 15분 정도인데 그게 제 최대 생존시간이라고 해야겠죠

Q. ‘관객을 현실을 넘어선 환상적인 분위기의 세계에 빠져들도록 강요한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작가님이 인도하고자 하는 환상의 세계는 어떤 곳인지 궁금합니다.

A. 사실 저의 환상에 사람들을 데려와서 단순히 메시지를 전한다기보다는 비판 그리고 변화에 대한 목적성이 더 강해요. 무슨 말이냐 하면 누구나 충분히 그러한 상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이죠. 다만 작품으로 표현하는 것에 차이가 있을 뿐이지 누구나 생각은 좀 더 다양하고 풍성하게 할 수 있다고 봐요. 그래서 그들에게 ‘좀 더 다양하게 사고해’라고 강요하는 것이죠. 저의 작품을 통해 날아다니는 돌고래를 보았다면 적어도 돌고래만큼은 반드시 물에만 다니지는 않겠구나 라고 생각의 변화를 주는 것이죠

 

 

Q. 사진과 회화에 원목을 사용한 작품까지 다양한 시도를 하고 계시는데요. 작업에 대한 소개 부탁합니다.

A. 예술이라면 장르에 관계없이 더 다양하게 시도하고 더 연구를 해야 한다고 봐요. 때로는 가족을 위해 때로는 돈을 위해 때로는 나의 감정을 위해서 작업을 해요. 퍼포먼스는 사실 그 주변 사람들이 과연 작가의 퍼포먼스에 얼마만큼 관심을 보이는지 확인하는 정도였어요. 물론 결과는 아주 실망적이었지요

목숨 걸고 최선을 다해 작업하지만 작업의 방향이 어느 한 방향만을 고집하지는 않아요. 저는 '작가'이지 '장인'은 아니거든요

 

 

Q. ‘스토리’ 시리즈에서는 동화적인 색채가 느껴지는데요. 말 그대로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건가요?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A. 네. 말 그대로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요. 물론 모든 작업에는 스토리가 존재하기는 해요. 하지만 제가 말하는 스토리는 저 혼자만이 아닌 항상 타인이 개입합니다.

소설에서도 1인칭 과 3인칭 시점을 나누듯이 스토리는 3인칭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Q. 많은 작가가 그림을 시작하게 된 이유를 타고난 재능과 흥미에서 시작했다고 합니다. 작가님의 시작은 어떠했는지 궁금합니다.

그 많은 작가와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하지만 재능이라는 것이 딱히 기준이 없습니다. 살고 있는 시대 그리고 그 환경에 따라 재능의 유무가 결정되지요.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작가의 재능은 노력이라고 생각됩니다. 아무리 날고 뛰어봤자 끝까지 그리는 놈 끝까지 살아남는 놈이 승자입니다. 저의 시작은 외로움이었어요. 몸이 허약해서 밖에 오래 나가 있으면 열병을 앓아서 늘 집에 혼자 있었어요.

달력 뒷면 백지와 레고가 저의 유일한 친구였지요. 그때부터가 저의 작업의 시작이라고 봐요. 그 시절 그림형식을 지금도 하고 있으니까요.

Q. 회화가 주는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또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A. 회화가 주는 매력...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많이 받지 않아요. 위에 언급했듯이 손재주만 있다면 어떤 세계든지 표현할 수 있어요. 대부분이 평면 작품이다 보니 보관과 보존이 쉽지요. 그 외에는 모두 어떻게 표현하는 작가의 능력차이와 재료 등의 차이에 따라 변수가 많아서 특별히 타 장르와 차이 나는 매력은 모르겠어요.